부동산실명제法案 이렇게 본다-김태동 성균관大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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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입법예고된 「부동산실소유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기업의 토지취득시에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등 개선된 면도 있지만 명실상부하게 부동산실명제를 정착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앞으로 새로운 명의신탁이 근절돼야 하고 기존의 명의신탁은 실소유자 명의로 바로 잡히거나 해당 부동산이 시장에서 매물화돼야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는이를 달성할 효과적인 수단이 빠져 있다.
사회적으로 악용되는,그러나 노출되지 않는 명의신탁을 어떻게 법으로 봉쇄할 수 있을 것인가.징역 5년과 2억원 이하의 벌금은 해결책이 못된다.실소유자와 명의대여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유지되는 한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특히 명의대여자까지 처벌하므로 노출되는 경우가 종전보다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해당부동산을 등기명의자인 명의대여자의 소유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앞으로 누구라도 재산을 날릴 것이 두려워 명의신탁이란 수단을 쓰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명의신탁이 이뤄진 경우도 유예기간안에 실소유자 명의로 등기를 돌려 놓지 않으면 명의대여자 재산으로 되기 때문에 1백%등기전환 되거나 매물화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재경원은 이렇게 확실한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형벌과 벌금으로 겉으로는 엄한 것 같지만 기실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90년에 만들어진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이 각종 벌칙조항에도 불구하고 미등기전매와 투기성 명의신탁을 억제하는데 무력했던최근 경험이 있는데도 이런 실패경험에서 교훈을 얻지도 못했다.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는 견강부회의 논리를 내세 워 명의신탁의영속화에 일조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법안 11조에는「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해 실명등기를 할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소멸한 때 부터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포괄규정해 과거에 국토이용관리법이나 농지법.그린벨트제등을 위반하면서 명의신탁을 한 경우 실명등기를 할 수 없다는이유로 명의신탁이 무한정 용인될 길마저 터놓고 있다.
그밖에도 부부사이에,또 종중에 명의신탁을 허용하는 것도 문제다.부부재산에 별산제를 허용하고 있는 기존 민법체계를 긁어 부스럼격으로 문란시키니 문제이고 기업보다 종중을 더 위한다는 반세계화(反世界化)발상도 문제다.
하루속히 독일이나 미국등에서와 같이 등기신청시 실질심사를 해신청인이 실제매수인인지를 사전에 확인토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안대로라면 부동산실명제는 처음부터 절름발이로 시작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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