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아담&이브] 불임치료와 오럴 섹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한 산부인과 의사를 만났다가 정액(精液) 얘기 때문에 낯이 뜨거웠다. 그 의사는 “몇 년 전 한 신문 1면에 정액이 난소암을 예방한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혀를 찼다. 그 의사는 “정액의 아연 성분이 항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연을 굳이 정액에서 추출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침을 튀기며 얘기했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그 기사를 ‘뻥튀기’한 장본인이다. 그 기사는 후배가 ‘특종보도’했으며 필자는 당시 언론사 선배들에게 “1면 머리기사로 실어야 한다”고 일종의 ‘로비’를 했다. 한 선배는 “머리기사가 아니어서 섭섭하겠지만 우리 신문 80년 역사에 1면에 ‘정액’이라는 제목이 나간 것이 처음”이라고 위로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정액이 성기 못지않은 금기어이지만,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지에서는 정액에 관한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정액에 관한 연구조사 결과가 수시로 발표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액에는 아연을 비롯해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다. 정액은 정자(精子)에 필수 양분을 제공하고 정자가 산성인 질(膣)에서 살아남도록 정자 주변을 중화하며 세균에 대한 방어군 역할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생식면역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일부 여성은 면역체계가 배우자의 정자와 정액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바람에 불임이 된다”며 오럴섹스를 통해 남편의 정액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면역요법’을 불임 치료에 도입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또 정액의 성분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고 우울증 치료제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시인 최영미는 울가망한 느낌으로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살아서 고프던 몸짓/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입안 가득 고여오는/마지막 섹스의 추억’이라고 읊었지만, ‘입안 가득 고여 오는 추억’에서 우울증을 떨치는 약이 개발될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학자들은 정액의 맛도 조사하고 있다. 여성 대상의 조사에서 이 밤꽃 향기 나는 액체의 맛은 소금물·치즈·세정제·코딱지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도 맛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셀러리·브로콜리·과일 등은 맛을 좋게 하고, 육류와 우유는 나쁘게 한다. 아스파라거스·마늘 등을 먹고 난 뒤의 맛은 최악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 액체의 맛을 좋게 하는 ‘서머넥스’(Semenex)라는 식품도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처럼 물에 타 먹으며 “채식주의자도 좋아할 100% 채소와 과일 성분”이라고 광고한다.

  사람은 DNA가 원형이다. DNA는 정자에 있고, 정자는 정액 속에 있다. 정액을 연구하면 사람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J-HOT]

▶ "리더십? 난 몸으로 때워" 직원1000명 이름·얼굴 다 외워

▶[추적] "나훈아, 야쿠자에 납치·폭행당한 뒤 불구 됐다는데…" 사실은?

▶ 李당선인 '꼿꼿장수' 격려 "키 차이 너무 나더라"

▶ "엄마 젊었을때랑 똑같네"전영록·이미영 딸, 연기자로

▶ 李 측근에 문자 보내자 "제발 좀 꼬시지 말라" 답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