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 실험 속에 갇혔던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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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盧대통령의 집권 1년간 나라 전체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이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이 각종 여론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난 1년에 대해 박수를 치기보다 반성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국정은 새 정권의 정치실험 기간이었다. 정책의 우왕좌왕으로 국민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과거 문제에만 매달려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지 못했다. 이래서야 5년을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도 높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점수는 높지 않았다. 우선 대통령이 안정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그의 잦은 말실수, 특히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놓고 대통령직 사퇴.정계 은퇴 등의 발언을 계속해 국민을 불안케 한 데 원인이 있다. 당초 '상생의 정치'를 다짐했음에도 지금 대야관계는 최악이다. 야당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탈당은 여당의 분열로 이어졌고, 이는 그나마 균형이 유지되던 행정부와 국회 간의 관계, 그리고 여야관계를 극심한 불안정 구조로 바꿔놓았다.

경험 부족과 의욕 과잉은 화물연대 파업.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파문.새만금 파문, 부안 사태 등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코드 인사'는 적재적소 시비를 불러일으켰고, 최도술.양길승.안희정씨 등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부터는 도덕성과 개혁성이 의심받는 단계로 옮아갔다. 수도 이전 같은 중대한 문제들이 포퓰리즘이나 총선 전략 차원에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준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이념과 노선의 갈등은 사회를 최악으로 분열시켰다. 한.미동맹 관계도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 등으로 봉합은 됐으나 기반은 매우 취약해졌다.

실험은 이쯤에서 끝나야 한다. 우리에게는 여유가 없다. 이제는 실사구시의 확고한 실천만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했다. 盧대통령은 상생.통합.안정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