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직 걸고 총선지원 하겠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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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을 상대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한 노무현 대통령의 방송클럽회견은 대통령답지 않다. 말로는 민생을 다짐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盧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있게 끌고나가기 위해선 국회에 우호적 지지세력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총선에서 이기고 싶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원내 소수정당을 정치적 배경으로 가진 대통령의 어려움을 토로한 대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들은 盧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도를 넘은 것이며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우선 盧대통령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았으면 앞으로 4년 제대로 하게 해줄 것인지,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것인지 국민이 분명하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이면 그동안의 총선에서 여소야대 결과가 나온 대통령들은 다 물러나야 했다는 논리가 된다.

여기에 더해 盧대통령은 자신의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 "지금 말 꺼내면 금방 부글부글 끓는다. 국정운영에 도움 안 된다"고 했다. 모종의 폭탄 선언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발언이다. 도대체 총선 승리를 위해 나라를 어디까지 몰고가겠다는 생각인지 알 길이 없다.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니 그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지, 열린우리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인지 헷갈리게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미 대통령에게 '공명선거 협조요청'까지 한 상태다. 오죽했으면 선관위가 이런 요청을 했겠는가.

盧대통령은 연초에 경제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말로만 일자리 창출이고 마음은 완전히 총선에 가 있으니 나라가 굴러가겠는가. 盧대통령이 정말로 선거에 이기고 싶다면 그럴수록 민생을 챙기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표는 저절로 가게 마련이다. 그것이 최고의 선거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