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2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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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 달엔 어렵지 않게 입상작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러나 입상권에 들지 못한 많은 응모작이 정형성은 잘 따르고 있으되, 주제의 전달이나 이미지 형상에는 힘이 달렸다. 즐거워하면서도 넘치는 일이 없고(樂而不淫) 슬퍼해도 상심하는 빛이 없으며(哀而不傷) 원망으로 풀더라도 노여워하는 빛을 띠지 않아야(怨而不怒) 한다는 말이 있다. 대상을 어떻게 시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태순씨의 '강'(장원)은 2월의 에스프리로 가장 아름답게 떠올랐다. '입춘이 흔들고 간 버짐 핀 나뭇가지/부산하게 몸 비비며 마른 각질 떨궈낸다'는 도입부터 신선하게 다가온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부적절한 시어와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은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김혜진씨의 '그리운 방'(차상)에서는 뿔뿔이 본가를 떠난 자식들을 위해 아직도 메주를 띄워, 깊은 장맛을 지켜오듯 자손을 지키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하게 배어 나온다.

햇살 환하게 비치는 사랑채 벽에 걸린 메주들도 보인다. 함께 보내온 작품에서 제목 붙이는 힘과 시적 짜임새가 돋보인다.

김경택씨의 '겨울 산행'(차하)은 무리 없이 잘 읽히지만 종장처리가 미숙하고, 함께 보내온 작품에서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점을 보인다. 대상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미지 형상과 주제의 부각에 더 힘써주시길 바란다.

<심사위원:박시교.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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