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경제파장-낙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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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은 다시 회복될 것인가.2차대전의 패전국 일본은 종전 후전쟁의 참화를 딛고 재기해 세계인들의 머리 속에 일본정신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그 일본이 전국적으로 도쿄(東京)를제외하고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요충인 간사이( 關西)지방을 유린한 천재(天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日 장기신용은행은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가 약4조엔(4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노무라연구소는 당초 추계한 손실만으로도 내년 일본의 공업생산이 1~2.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20일 다케무라 마사요시 日대장상은 내년 경제계획이 간사이 대지진 때문에 무의미해졌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러나 지진의 피해가 집중됐던 고베(神戶)시는 복구되고 일본은 또 한번의 비극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일본 국내외의 경제분석가와 투자가들도 단기적인영향은 있겠지만 日경제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주식시장도 일부에서 예측한 대로 붕괴되지는 않았으며 엔貨도 기본적으로 강세기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베를 휩쓴 재앙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 전체의 상(像)을 바꿔놓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하고 있다.
노무라연구소는 추가적인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을 2.9%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신용은행은 피해복구 수요가 올 2.4분기중에만 피해액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J P 모건은행에 따르면 추가적인투자가 임금.이익등의 형태로 촉발할 상승작용이 복구기간동안 GDP를 1.5%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에도 불구,이런 전망을 위협하는 요소들도도사리고 있다.우선 고베의 효과,즉 고베가 입은 타격의 전모가아직 불확실성에 싸여 있다.
경제의 거의 全부문이 타격을 입고 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성장이 지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이 일본의 소비자들과 투자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문제다.지난 4년동안 금융시장은 투자가들의신뢰가 흔들리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땅값과 주가의 하락에 대한우려가 투자가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것.평생 고용제도.연공제의 폐기추세 등에서 비롯된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日 소비자들을 위축시켰다.엔高는 일본의 기관투자가들로 하여금 해외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
여기에 지진이라는 명백한 현상에 대한 공포가 가세한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지진에 민감한 국민들은 더이상 정책당국자나 건설업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들지 않고 있다.이같은 현상이 초래할 비용은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물론 일본인들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며 또다시 극적인 회복능력을 보여 줄 것이란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그러나 일본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지탱해온 저력이 그 어느때보다 약화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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