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 지낸 정찬용씨 현대차서 사장급으로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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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용(58·사진)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사장급 경영자로 영입됐다. 현대차 측은 9일 “정씨가 임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인재개발원장으로 임명돼 9일부터 경기도 파주 인재개발원으로 출근했다”고 이날 밝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이 대기업 임원으로 채용된 경우는 드물다.

 정 전 수석은 지난해 전남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의 상근부회장을 맡으면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가까운 인연을 맺었다.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인 정 회장과 프랑스·캐나다·러시아 등 세계 곳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정 회장이 정 전 수석에게 인재개발원장 자리를 제의한 것은 지난해 11월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뒤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김익환 인재개발원장을 기아차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며 “후임을 검토하던 중 정 회장이 청와대에서 인사를 담당한 정 전 수석의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정 전 수석은 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엑스포 유치활동으로 정 회장과 연을 맺어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아들였다”며 “앞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의 인재 육성을 위한 설계도를 그려나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경남 거창과 광주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20여 년간 해 온 정 전 수석은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첫 청와대 인사보좌관(인사수석)으로 기용됐다. 2000년 총선 때 낙선한 노무현 대통령을 광주YMCA로 초청해 ‘바보 노무현’ 강연을 열게 하면서 만든 인연이 계기가 됐다. 이후 청와대에서 일하면서는 1200여 명의 정무직 인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2005년 1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으로 청와대 인사수석 직을 사퇴한 뒤엔 서남해안포럼 상임대표로 일해왔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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