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또 서브프라임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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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악몽’이 새해부터 미국 경제와 증시를 짓눌렀다. 8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모기지 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파산설로 미국 뉴욕 증시가 휘청거렸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전날보다 2%가량 급락했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지난해부터 자금난에 시달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서 20억 달러를 수혈받고 살아나기도 했다. 컨트리와이드 측은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을 둘러싼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를 하고 “변동금리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200만 명이 앞으로 2년 안에 금리 인상에 따라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금리 동결 조치를) 이들 일반 대출자에게까지 확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주택을 압류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5년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었다.

금융 불안과 주택 경기의 부진은 실물경기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정부 연구소에서 마이너스 성장 예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너지정보국은 또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백악관이 지난해 11월 전망한 2.7%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미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정경제부는 9일 내놓은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통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내 성장률은 0.28%포인트, 소비는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원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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