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대중화 시대 꼴불견 百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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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스키화를 신기 전에 예의와 질서의식부터 갖춰라.가장 안전이 중시되는 스포츠시설 중 하나인 스키장이 최근 무질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의 기량보다 높은 슬로프에 올라가 쩔쩔매는 것은 애교로 치더라도 아예 강습도 받지 않은 초보자가 중상급 코스에서 직활강으로 남들을 다치게 한다거나 「알만한」 상급 스키어들이 휴대용 술병을 차고 다니면서 늠름히 음주스키를 즐기는 등 스키장 무질서가 잦은 안전사고를 부르고 있다.
양지스키장의 김창(46.영업부장)씨는 『스키장 슬로프엔 활강을 규제할 면허증도 신호등도 없는 만큼 스키어 안전엔 결국 자신의 기량을 헤아린 「안전운행」과 질서존중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스키장 안전활강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들.
▲음주.흡연스키족:리프트 위에서든,활강시든 가리지 않고 음주와 흡연을 일삼는다.슬로프 휴게소에서 「한잔」하는 것은 예사고아예 캔맥주나 휴대용 술병을 스키장비처럼 지참하며 버릴 땐 아무데나 버린다.
용평리조트는 이번 시즌부터 리프트 아래 곳곳에 가로.세로 3m짜리의 큼직한 쓰레기통을 설치했으나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형편이다.설원 위에 버린 맥주캔은 보기 흉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활강때 사고위험까지 안고 있으나 이들에겐 「남의 일 」일 뿐이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스키장 사고의 상당부분이 음주스키 탓으로 추정될 만큼 스키장 음주문제는 심각하다.
이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선 국내 대부분의 스키장이 영업상의이유로 팔고 있는 슬로프 중간휴게소 주류(정종.캔맥주)판 매부터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직활강족(族):남의 안전은 아랑곳 없이 직활강과 질주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표적인 무법자들.하루 2시간이면 충분한 초보자 강습은 「자존심이 상해」 생략하기 일쑤며 「세차례 이상 직활강 적발시 퇴장」이란 스키장측의 경고도 무시할 만큼 배짱이두둑한 것이 이들의 공통점.
초급자뿐만 아니라 중급이상의 기량을 가진 스키어들 사이에도 이같은 스피드광들이 많다.
▲올빼미족:시야 확보가 필수적인 야간스키때도 멋을 위해 검은선글라스를 낀다.무질서라기 보다 무지와 꼴불견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충돌사고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활강때 긴 머플러를 나부끼는 「머플러족」도 비슷한 유형인데 이 역시 리 프트 탑승때 머플러가 리프트에 휘감기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이밖에 요란한 화장의「징커(형광착색 화장제)족」과 길게 늘어선 리프트 행렬 중간에 쏜살같이 끼어드는「새치기족」,리프트야 흔들리든 말든 리프트 위에서 애인끼리 짙은 애정을 과시하는 「포옹족」,아무 방에나 전화를 걸어 파트너를 구하는 「폰팅족」및무전기를 들고 다니며 『로저』를 외쳐대는 「로저족」등도 도가 지나칠 경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한편 대여장비를 반납하지 않고 슬로프 아무데나 버리는 「나몰라라족」과 자신이 쓰다만 리프트권을 기술적으로 떼어내 남에게 파 는 「암표족」등이 뜻밖에 많아 스키장측이 골치를 썩고 있다.
林容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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