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佛 컴퓨터칩 전쟁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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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서양을 사이에 둔 美.프랑스간 컴퓨터 칩 전쟁이 끝났다.전쟁의 양 당사자인 미국의 컴퓨터 메이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社(TI)와 프랑스 국영컴퓨터社 불은 하이테크 스파이 이야기를 남기고 전장(戰場)을 떠났다.불社는 지난 93년 美 법원에 TI를 제소했다.불측은 자사(自社)가 발명해 특허권을 획득한 컴퓨터 칩을 TI가 불법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TI측은 문제의 칩이 자체적으로 발명된 것이며 불社가 이 칩을 갖고 있다면 TI 내부의 불社 스파이가 이를 빼내 프랑스 정보요원을 통해 불측에 넘겨주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프랑스 정보요원들은 IBM社와 TI를 포함해 프랑스에 진출한 미국기업들의 자회사에서「두더지」들을 뽑은 전력이 있다.이들 산업스파이들은 신형 컴퓨터 칩에 관한 비밀 등을 빼돌려 프랑스 요원들에게 넘겨 주었다.
프랑스의 스파이 시스템은 89년 美기업들이 두더지들을 해고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TI는 불社의 이런 과거를 들먹이며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불측은 그러나 TI의 기술을 빼낸 것을 포함,일체의 스파이 혐의를 부인했다.그런데 최근 느닷없이 양측이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소송이 법정 밖에서 종결된 것이다.
프랑스의 스파이 행위는 그러나 법정기록에서 드러났다.이 기록에서 TI측은 내부의 스파이를 밝히는 한편 그가 거의 13년동안이나 TI의 비밀을 프랑스 요원들에게 넘겨주었다고 비난했다.
스파이의 이름은 장 피에르 돌레.69년 파리에서 공대를 마치고도미(渡美),캘리포니아공대에서 항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영대학원 석사학위까지 받은 인물이다.76년 TI에 입사한 돌레는 89년 니스에서 TI의 유럽지역 반도체 마케팅책임자로 일했다.이 무렵 프랑 스의 IBM 공장에서 발송됐다가 반송돼온 소포에서 IBM의 비밀기술에 관한 문서들이 발견된다.혼비백산한 IBM의 요청으로 FBI가 美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고 마침내 정체가 드러난 돌레는 해고당한다.
91년 불社는 TI의 칩 TMS370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특허권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다.TI가 매출액의 6%를사용료로 내겠다고 제의했으나 불측은 덜컥 제소해버렸다.
당혹한 TI는 불社의 칩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이것이 74년TI의 마이클 코크란이 발명한 것이란 사실을 밝혀낸다.코크란의밑에서 일한 돌레의 짓이었던 것.
소송은 끝났다.TI의 일부 간부들은 불이 소송을 건 것은 양측의 문서를 검증하는 재판과정에서 TI의 기술을 추가로 빼내기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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