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생활속에서>그리운 옛 찻집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약속이 있거나 혼자 차 한잔 마시고 싶을때 갈만한 적당한 찻집이 없다.흔한게 찻집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정작 조용히차마실 곳은 많지 않은것 같다.
우선 외래어로 치장한 찻집이름들이 낯설고 들뜬 분위기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악은 시끄럽다못해 소음같다.차값은 왜 또 그렇게 비싼지,쓴물 마시고 쓴 입맛 다시는 격이다.
웬만한 곳은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나이든 사람은 불편해서 앉아 있기가 바늘 방석 같다.
그럴때마다 나는 옛 찻집들이 그리워진다.옛날에 찻집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몇푼안되는 차값으로 그보다 몇배 더 값있는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찻집이 차마시는 곳이라기보다 음악을 감상하는 곳으로 더 인기가 있었다.
그 유명했던 명동의「설파」,시청앞의「가화」,광화문의「아리스」,신촌의「빠리」다방등이 그런 찻집이다.
찻집뿐 아니라 꿈과 낭만을 펼쳤던 고전음악감상실도 마찬가지다.종로의 「르네상스」「칸타빌레」,무교동의「뮤즈」등 음악감상실이세월에 밀 려 사라져 버렸다.
기억에도 생생한 그 옛것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다른 것들도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새로운 것이 반드시 오래된것보다 더 좋은 것이 아닐텐데도 말이다.
요즈음은 왠지 온고지신(溫故知新) 이란 말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그 말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살아온 것 같다.
옛것이라도 좋은 것은 복원되었으면 좋겠다.
헌 생각으로 새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들을 볼때마다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그들은 과연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복원할수 있을는지 궁금할 뿐이다.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