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행로-백의종군이냐 新黨창당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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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일 민자당 대표직을 전격 사퇴한 JP(金鍾泌의원)는 이날부터 장고(長考)에 들어갔다.그는 20일 청구동 자택을 폐쇄했다.기자들의 취재도 단호히 거절했다.생각을 가다듬는데 방해받지않겠다고 판단한 것같다.그는 21일 미국으로 출 국할 때까지 칩거할 예정이다.
金의원은 19일『(앞으로)내 길을 가겠다』고 했다.그러나 그길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단지『미국에 다녀와서(25일 귀국예정)날을 택해 말하겠다』고만 밝혔다.
풍운아 JP가 걸어갈 길은 두가지로 압축된다.3당합당 정신조차 없어질 새로운 이름의 여당에 평의원으로 따라가는 것과 따로떨어져 나와 뭔가를 도모하는 것 두길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예 정계를 은퇴하는 길이 있지만 JP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않고 있음이 확실하다.그 자신이『분명한 것은 내가 14대까지 의원이라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JP는 잔류의 길에도 썩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구국의 결단」으로 생각했던 3당합당의 산물인 민자당이 사라지는 마당에 여당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기분좋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새이름의 여당은 그의 정치철 학.이념과는판이한 그것을 내세울 것인 만큼 그런 변화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측근들도『JP가 3당합당 정신을 묵살한 완전히 다른 여당을 적어도 정신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하고 있다.그런만큼 JP가「김영삼(金泳三)당」과 결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다만 잔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당내 공화계의원들이나 JP와 친분이 두터운 민정계 의원들이 이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한 징후가 발견되기 때문이다.이들은 그동안여권핵심으로부터 철저히 단속받았던 탓인지 태도 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가 독자노선을 걸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그가 자존심을 굽히고 새 여당에 발붙이려 하더라도 환영보다는 냉대가 더 클 것임을 그도 알고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세좋게 신당창당까지 시사했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경우 충청권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JP가 이런 점을 고려해 「나름의 길」을 선택할 경우 그것은아무래도 신당창당일 것이다.그 시기 역시 불투명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점을 골라 깃발을 올릴것이다. 「JP 신당」이 나오면 그것은 지역적으로는 충청권,계층적으로는 안정희구 중산층,이념적으로는 보수.반공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될 것이다.87년 그가 세웠던「신민주공화당」과 별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JP는 당을 만들면서 TK(대구-경북)지역의 야권세력을 포섭하는데 전력투구할 것이다.
지역당 비난을 면하고「反YS」정서를 최대한 끌어들이지 않으면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JP당이 생길 경우 그 앞날은 밝기보다 어두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우선 JP가 기치를 내걸어도 뒤따를 세력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여권핵심이 그동안「가지치기」한 결과 JP와 정치운명을 같이할 당내 의원 은 불과 2~3명으로 줄어들었다는게 집권 민주계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가 당을 세우더라도 외형상「구락부」나 다름없을 것이고 그 정도의 위세로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킬 좋은 인물을 끌어당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따라서JP당이 충청권에서도 망신당할지 모르며 이 경우 JP의 정치생명은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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