競選단계적확대 黨민주화-金대통령의 JP이후 政局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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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종필(金鍾泌)대표의 사퇴의사 표명으로 1개월에 걸친 갈등이한 고비를 넘었다.남은 일은 金대표 퇴진의 명분으로 사용된「민자당의 세계화」구호에 걸맞게 당을 개혁하면서 金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른 동조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은『이번 당의 개혁은 3당합당당시의 계파를 해체하고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고『전당대회는 당의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세계화의 완비가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의미다.金대표의 퇴진으로 3당합당 체제는 막을 내리고「YS당」만들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당의 세계화는 하드웨어격인 당의 틀을 바꾸는 부분과 소프트웨어격인 인적 구성요소를 개편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당명을 새로 짓고 당헌.당규와 정강.정책을 바꾸는 작업등은 외형틀의 개편에 속한다.공모된 50개의 당명중 통일한국당.선진한국당.민주국민당등 10개를 놓고 마지막 여론 수렴작업을 하고있다.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경선(競選)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시.도지부장 경선은 제한적이나마 이미 도입되고 있으며 지구당위원장 경선과 총무경선등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이부분은 결국 金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대목이다.전 면적인 경선실시는 자칫 당총재인 金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金대통령의 당 직할운영을 통한 집권 중반기의 통치기반 다지기라는 현실적인 이해와 당내 민주화라는 명분 사이에서 결정을 내릴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 다.
현재로서는 이런 현실과 명분사이의 타협으로 경선의 단계적 실시쪽으로 분위기가 잡혀있다.당장은 제한적이고도 부분적인 경선을실시하고 지자제 선거와 내년 총선,내후년 대통령 후보 경선등을거쳐 대선에 이르면서 당내 민주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예민한 부분은 金대표가 물러난 대표직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문제다.여권 고위관계자는 당대표의 기준으로 세계화를 추진할수 있고 대야(對野)관계를 원만히 처리할 수 있으며 당내 계파를 융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그러나 이런 기준에 걸맞은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원칙론적인 얘기 수준이다.
한 핵심관계자는『이번 지도체제는 과도체제가 될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한다.이는 金대통령이 당의 실세(實勢)중진을 대표로 지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김윤환(金潤煥)정무1장관과 이한동(李漢東)총무 또는 최형우(崔炯 佑)前내무장관등은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세를 대표로 앉힐 경우 후계구도와 관련해 온갖 추측이 나올뿐 아니라 다른 실세들의 소외를 가져온다.지자제 선거에서 소외된 실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줄리 만무하다.金대통령의 당장악 구도와도 맞지 않고,실세들의 견제와 균형 을 통한 충성심확보라는 권력통제방식과도 어울리지 않는다.지자제 선거를 앞두고있고 앞으로 야당대표를 상대해야 하며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해야한다는 점등에서 원외인사를 선택하는 것도 정도(正道)가 아니다. 金대통령은 이와함께 지자제 선거와 총선등을 통해 당내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물갈이는 3당합당의 잔재를 청산하고 YS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지만 金대표등의 신당 만들기 작업이 변수다.지자제 선거의 결과에 따라 물갈이 작업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는 金대표 퇴진을 둘러싼 파문이 당내 권력다툼으로 비치고 있는 것을 희석시키는 것이다.하드웨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金대통령이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 다.면모를 일신할 어떤 카드가 나올지 주목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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