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대지진의 경제적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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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日本) 긴키(近畿)지방을 강타한 지진의 여파(餘波)가 우리 경제에도 미치고 있다.이번에 지진피해를 본 지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의 국내 생산중 15%를 차지하는 산업밀집지역인 만큼 인명피해 못지 않게 물적(物的)피해도 컸다.이같은일본의 지진피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양면성(兩面性)을 갖고 있다.업종에 따라서는 일본의 생산차질에 따른 반사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같은 품목이 대표적이다.
또한 피해복구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경우 시멘트.철근등에서는 특수(特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득은 그야말로 반사적.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오히려 세계경제에서 일본경제의 비중과 우리 산업구조등을 감안할때 이번 지진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전체적으로 긍정적 영향을미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국제 원자재 시황은 이미 불안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멕시코통화위기로 몸살 앓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특히 기계설비와 부품.소재등 상당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그 영향이 더욱 클것으로 보인다.
대일(對日)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에서 일본의 생산차질은 곧바로 우리 산업활동에 수급(需給)불안,수출차질로 연결된다.전자.기계.유화(油化).고급강판같은 품목이 특히 그렇다.고베(神戶)항을 포함한 관서(關西)지역 물류시설이 심 각한 피해를봄에 따라 이러한 수급불안은 상당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체 구매선이나 수송로의 확보등 업계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적 지원등이 필요하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대일 의존적 산업구조의 개선이다.지난해 국내경기가 풀리고 수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대일 무역수지적자는 사상 처음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그동안 부품.소재의 국산화다,수입선 다변화다 하는 등 대일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취해졌던 정책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번의 지진을 구조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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