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보금자리' 이사장, 결핵환자 후원금 14억 횡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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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金敏宰)는 23일 무의탁 결핵환자들을 위한 후원금 14억여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보금자리' 이사장 이정재(李正宰.64)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구산동 '결핵환자촌'의 개척교회인 베데스다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李씨는 죽은 사람의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 등으로 199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1차례에 걸쳐 교회로 들어온 후원금 1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다.

李씨는 법인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3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李씨는 경기도 파주의 임야와 집을 사고 개인 빚을 갚는데 빼돌린 돈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李씨가 양복 티켓 7천만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산동의 결핵환자촌은 시립 서대문병원에서 퇴원한 무의탁 결핵환자들의 집단 거주지로 주민들은 교회와 '사랑의 보금자리'를 통해 전달되는 후원금으로 생활한다.

李씨는 결핵을 앓아 69년 시립 서대문병원에 입원하면서 결핵환자들과 인연을 맺었고 장로로 있으면서 교회의 후원금을 관리해 왔다.

李씨는 2000년 7월 현금 25억원과 서울 인사동의 상가 등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이 됐으며,사업으로 번 돈을 결핵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등 30여년간 선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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