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플社 하드웨어 주도권 다시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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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0년전 소니社가 만든 비디오테이프 베타막스가 비디오테이프의표준형으로서 현행 VHS보다 우월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베타막스는 그러나 VHS의 막강한 마케팅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다.
VHS가 비디오판매.대여점을 점령해버린 것이다.
고객들이 원한 건 좋은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라 많은 비디오영화였다. 英경제誌 『이코노미스트』는 80년대 퍼스컴업계를 주도한「애플제국」이 베타막스의 이런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경고의 근거는 사람들은 성능이나 기본운용프로그램(OS)을 보고 컴퓨터를 사지 않는다는 것.얼마나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따라서 컴퓨터판매점들이 사방 벽면중 3면에 IBM호환기종의 소프트웨 어들을 진열하고 나머지 한 면만 애플사의 매킨토시(맥)용 소프트웨어로 채우고 있다면 애플로선 위기란 진단이다.최근 업계誌 『컴퓨터 월드』가 실시한 조사결과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컴퓨터사용자 1백4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 에서 앞으로 1년 안에맥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반면 맥 사용자들은 반 이상이 다음번엔 IBM호환기종을 사겠다고 답했다.
소프트웨어부문의 이같은 퇴조와는 대조적으로 애플은 하드웨어에서는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특히 지난해엔 신형 프로세서 파워PC를 내장한 파워 매킨토시를 발매,성공을 거두었다.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경비삭감이 주효,이익도 크게 늘어났으며 「충성스런」 고객들 덕에 매출도 기록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매출액은 사상최고인 92억달러에 달했으며 9월말 결산에서는 3억1천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문제는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애플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3단계 전략을 세웠다.우선 현재 퍼스컴에 내장된 프로세서칩이 기술적인 한계에 다다른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욱 성능이 뛰어난 프로세서 칩을 개발한다는 것.다음 단 계로 업체들이프로세서를 신개발품으로 교체하고 이어서 고객들도 OS를 맥의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다.애플은 80년대엔 제공하지 않던 맥의 OS 라이선스를 앞으로는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라이선스를 광범위하게 보급해 80년대 중 반 IBM호환기종의 확산으로 IBM이 누린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소프트웨어개발회사들도 맥용의 프로그램을 더 많이 사용하고 이용자들도 마침내 하드웨어를 애플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애플의포석.마지막 단계는 차 세대 「프로그래밍 툴」의 보급이다.프로그래밍 툴이란 全기종의 컴퓨터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지금보다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애플사는 이로써 맥용의 프로그램 작성이 쉬워질 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툴 자체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 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애플의 입지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2단계까지만 적중해도 애플로선 시장점유율을 상당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최악은 프로세서 개발에 그치거나 그것마저 실패하는 경우다.이렇게 되면 정말 애플은 소프트웨어업 체로서는 몰락,명맥만 잇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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