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18."세속도시"이후의 하비 콕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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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콕스는 『세속도시』에서 세속화되고 과학기술화된 현대 도시문명속에 사는 실용주의적 인간을 찬양하고 그리스도교 복음의 비종교적 해석을 시도한지 20년이 지난 후 『세속도시의 종교』(Religion in the Secular City )라는 저서를냈다. 이 책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부터 종교의 썰물이밀물로 바뀌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곧 현대사회로 돌아온 종교를 주제로 하고 있다.콕스는 자신이 『세속도시』에서 열렬하게 옹호했던 현대성에 반대하는 두가지 대표적인 종교운동을 북미의 전통적 종교운동인 정치적 근본주의,남미의 급진적 종교운동인 해방신학과 바닥공동체운동에서 찾고 있다.
이 두 운동은 성서를 강조하며,현대성의 오류와 우상을 파괴하고 본래적인 복음의 회복을 주장한다.그리고 둘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를 강조한다.대중 전파매체를 활용하는 근본주의가 애국심과 개인의 성공,그리고 정치영역에서 보수화를 대변 한다.반면 남미의 바닥공동체운동은 사회정의,가난한 자의 권리,온건한 개혁에서 혁명에 이르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한다.콕스는 전파매체와 결합한 북미의 근본주의 운동은 성공.돈. 건강.권력이라는 세속주의적 목표의 성취로 복음을 환 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콕스는『정말 종교는 세속도시 속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모른다』고 말하면서,종교적 사고와 감수성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현대세계의 밑바닥과 변두리인 제3세계의 민중종교운동에서 기대하고 있다.콕스는 『세속도시』가 종교에 대한 세속적 비판에 서 있는 현대성의 신학이라면 『세속도시의 종교』는 세속에 대한 종교적 비판을 필요로 하는 현대이후적(Postmodern)신학이라고 평가한다.그러면서 콕스는 그동안 현대신학이 외면해 왔던 종교다원주의와 민중신앙을 현대이후 신 학의 참된 대화 상대자라고 주장한다.
종교다원주의적 현대이후 시대 속에서 대중적 경건을 무시하지 않는 해방신학의 요청으로 나아가려 하면서도 콕스는 진정한 현대이후 신학은 현대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계승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는다.그러므로 콕스는『세속 도시를 먼저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그것을 초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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