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불같이 가끔은 아련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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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26면

피아니스트 세르히오 티엠포 내한공연
1월 9일(수)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문의: 02-3700-6300

피아니스트 세르히오 티엠포(36)의 홈페이지(sergiotiempo.com)를 열면 쇼팽이 흘러나온다. 전주곡 8번이다. 짧은 16분 음표 덩어리가 숨을 몰아쉬며 과속한다. 한 패시지가 지날 때마다 급정거한다. 대체로 그의 연주는 “손가락이 너무 빠른데 연주할 음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렇게 폭포수 같은 음을 쏟아내다 탱고의 리듬처럼 갑자기 몸을 움츠리면 듣는 사람은 마음이 아릿하다.

20세기 피아노의 여제(女帝)라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바로 여기에 반했다. 아르헤리치는 티엠포 연주의 생명력과 열정을 이유로 그를 “같은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피아니스트”로 지목했다. 프랑스 음악잡지 ‘르 몽드 드 라 뮈지크’의 “환상적”이라는 격찬도 이 ‘여제’가 지원하는 신인들의 앨범인 ‘마르타 아르헤리치 시리즈’(EMI) 녹음으로 받았다.

아르헤리치에게 피아노를 배운 티엠포는 정식으로 음악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에게 처음 피아노를 가르쳐준 이는 어머니 릴 티엠포. 2살 때 건반 앞에 처음 앉은 그는 아르헨티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7살부터 영국ㆍ프랑스 등을 돌며 연주했다. 14세에는 네덜란드 콘체르트헤보우에서 연 리사이틀 실황 녹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라이징 스타로 거듭났다. 이렇게 연주와 녹음을 반복하면서 틀을 벗어나 탱고처럼 밀고 당기며 연주하는 스타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거북하지 않은 파격이 그의 특징이다. 반주자로 무대에 서면 이 특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 독주자의 소리와 섞여 들면서 적절히 명료한 그의 피아노 소리는 미샤 마이스키, 장한나 등의 첼리스트에게 주가를 올리고 있다. 최근 마이스키와 함께 낸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와 엘레지 앨범에서 이 반주자는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 같은 순발력”(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이라는 평을 들었다.

티엠포가 서울에 온다. 한국의 여성 지휘자 성시연(32), 서울시향과 슈만의 협주곡 a단조를 협연한다. 그의 슈만은 분명히 피아노와 무대를 함께 달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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