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특목·자사고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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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만 울산시교육감은 4일 “2010년 개교를 목표로 외국어고 설립을 서두를 생각”이라며 “2년 전 유치 신청을 한 북구와 울주군을 상대로 조만간 본격적 협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승찬 경기도교육청 지원국장은 “지난해 3개 특목고 설립을 위한 협의를 교육인적자원부에 요청하려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때문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며 “다음달 초 인수위의 교육종합정책이 나오면 경기도교육청의 구체적인 특목고 정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시·도 교육청들이 한때 중단 또는 유보됐던 특목고·자사고 설립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추첨 방식으로 배정하는 일반(인문)계 고교에도 중학교 성적 우수자에게 고등학교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고교 평준화의 틀을 대폭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지역도 있다.

◆인수위 "인가권 교육청 이양”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 설립 인가권을 시·도 교육청에 이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착공하려다 보류됐던 미추홀외고(남동구 소래·논현지구) 공사를 올 상반기에 시작하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 학교설립기획단 측은 “내년 3월 개교 목표였는데 개교가 1년 늦춰진 만큼 더 지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은 2006년 초부터 외국어고 설립을 추진, 지난해 상반기 울주군과 북구가 학교 부지와 건축비 등 80억~100억원 상당을 제공하겠다며 유치 경쟁을 벌였으나 교육부의 제동으로 중단됐었다.

경기도가 화성국제고·구리외고·시흥외고·이천외고·수원예고 등 5개 특목고 설립 추진에 나선 것을 비롯, 광주(외고)·경남(창원과학고)·제주(국제고) 지역의 교육청도 그동안 중단됐던 특목고 설립 계획을 재추진하고 있다.

◆평준화 틀 깨기=자립형 사립고 전환을 준비해 온 대구 계성고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정인표 계성고 교장은 “평준화로 옛 명성을 잃어 몇 년 전부터 전국의 자립형 사립고를 다니며 꼼꼼히 준비해 왔다”고말했다. 경북 김천고·안동 풍산고 등도 이사회와 동창회를 중심으로 자립형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이영직 중등교육과장은 “지역 간 학력 격차 해소 차원에서 지역을 안배한 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고 말했다.

외고 설립을 서두르기로 한 광주시교육청은 신설 외고의 학생 30%에게 장학금 혜택을 준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의 경우 연합고사 성적 상위 30%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대해 권정오 전교조울산지부 정책실장은 “이달 중 대응책을 마련해 포퓰리즘(대중영합)적 교육정책의 저지에 나서겠다”며 반발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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