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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외국인강사-불법취업 태반.자격강화 시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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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강남의 K외국어학원장 金모(43)씨는 지난해 11월 외국인강사를 채용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회화반의 수강생이 갑자기 불어나는 바람에 외국인강사를 늘리기위해 영자신문에 채용광고를 내자 이틀동안 50여통의 문의전화가걸려왔다.전화인터뷰로 목소리와 억양이 좋은 4명을 간추려 면접을 실시했다.
그중 아시아국가를 여행중이라는 20대중반의 한 미국인남자는 옷차림과 안색은 초라하긴 했지만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착실한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이 정도면 쓸만하다고 생각하며 학력을 물어봤다.
『어떤 졸업증명서가 필요하세요.』 미국인 청년은 가방속에서 무려 7개 대학의 졸업장 사본을 꺼내놓으며 필요한대로 쓰라는 태도였다.
이처럼 외국인 배낭여행족들 사이에는 한국에서는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영어회화지도로 용돈을 짭짤하게 벌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알려져 가짜졸업장을 준비해오고 있다.
◇강사=국내에서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강사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돼 있지 않다.지난해 12월말 현재 개업중인 회화학원은 서울의 5백12곳등 전국적으로 1천9백80곳.
그러나 회화학원으로 등록된 학원중 외국인강사를 채용하고 있는학원은 서울의 경우 유명대형학원을 비롯한 20여곳에 불과하며 전국적으로도 50곳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학원총연합회는 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외국인은 1천3백명 정도인 것 으로 추정하고있지만 뜨내기 여행자로 입국해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에서 개인교습을 하는 떠돌이 강사를 감안하면 그 숫자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P.S.M.E등 서울 유명 대형학원의 경우 전체강사의 30~40%가 외국인이다.국내학원에 외국인강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80년대 중반이후부터.
초기에는 이들중 상당수가 여행자로 불법취업한 상태였으나 최근들어 학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93년 한햇동안 회화지도 자격으로 우리 정부가 입국을 허가한 외국인은 1천9백59명으로 이중 일부는 대학강사이지만 학원강사에 대한 정부의 비자발급도 관대한 편이어서 학원의 강사초청이 증가하는 추세다.
외국인강사 초청은 미국 영어교육자협회에 의뢰하거나 해당국가의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내 TESOL(비영어권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격이 있는 교사)이나 일반 대학졸업자를 선발한다.
그러나 현재 학원에서 일하는 외국인강사의 상당수는 학원의 초청으로 취업비자를 받은 사람들이 아니고 외국상사.기관의 국내 주재원 혹은 군인들의 가족이거나 장기여행자들로 외국어 강사의 절반이상을 불법취업자라고 보면 된다고 한 학원관계 자는 말했다. 불법취업자는 특히 중소규모의 학원에 많으며 미취학어린이에게까지 외국인회화를 시키는등 조기교육붐이 형성되고 직장의 그룹지도가 늘어나는등 수요가 넘쳐 성업중이다.
◇불법취업=국내에서 영어회화를 지도하는 불법취업자의 상당수는국내장기체류 외국인이지만 여행자들도 적지않다.
***국적불문 채용 주로 배낭족인 이들은 입국할 때부터 여행안내책자나 동료여행자를 통해 회화지도로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외국인 전용숙소를 찾는다.
서울종로구운니동의 문화여관,광화문의 대원여관,종로2가의 대원여관등 배낭족들의 전문숙소는 이들을 위한 구인안내 게시판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학원이나 전문 알선업체의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10년째 문화여관을 운영중인 양창준(62)씨는 『92년까지만 해도 학원이나 소개업체들이 미국인과 캐나다인들만 골라 갔는데 지난해부터는 사람이 모자라는지 변두리학원에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소개해달라고 한다』며 『이 때문에 어떤 외국인 은 일자리가 넘쳐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요늘자 배짱도 여행자들은 비자기간을 한번 연장해 최장6개월동안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체류기간이 지나면 가장 가깝고 경비가 적게 드는 일본 후쿠오카로 출국했다가 며칠만에 다시들어오곤 한다.최근에는 여행자들의 취업이 늘어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나 파키스탄.파나마.가나인까지 회화강사로 나서고 있다. ◇수입=학원강사들은 시간당 1만3천~1만5천원의 수강료를 받으며 대형학원의 경우 하루 5~7시간씩 강의해 학원강의수입은월 1백40만~1백5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은 학원강의외에 건당 1백만원까지 하는 개인교습을몇건씩 해 월 총수입은 3백만~5백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의 유명대학을 졸업한뒤 지난해초 한국회사에 취업한 남편을 따라 입국한 미국인 S씨(2 9).그녀는 신문광고를 보고 취업한 강남의 모학원에서 인기를 모으자 개인지도 요청이 쇄도,의사가정의 국민학생 자녀 2명등 2건의 과외(?)를 해 월 4백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알선업체=80년대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외국어회화강사에 대한 수요와 함께 92년부터 급증,서울시내에만 1백여곳에 이른다. 주로 기업체의 그룹지도나 연수에 외국인강사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데 영업이 활발한 서울시내 40여개업체는 영어강사만도 20~40명씩 확보하고 있다.
서울종로구경운동 대한글로벌컨설팅 이준희(27)씨는『외국인강사는 취업비자를 받은 학원강사나 장기체류자들』이라며『최근에는 수요가 폭증해 강사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대책=외국어학원은 프로그램.시설과 함께 강사가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에 외국계학원이 밀려오면 국내업체들도 경쟁력강화를 위해 외국인강사의 채용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강사의 자질을 높이고 불법체류자의 무분별한 채용이나 떠돌이 교습을 막기 위해 전문대졸업 이상으로만 막연히돼있는 강사의 자격을 보다 뚜렷이 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의 치외법권으로 남아있는 불법체류자의 외 국어 강사 활동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학원총연합회 송석호(宋錫鎬)우루과이라운드 대책위원장은『국내시장을 보호하고 학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은 외국인강사의 자격요건을 재검토하는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都成鎭.李德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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