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혼수비용 급증 월급14년치 날려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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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인들의 혼수비용이 최근 도시근로자 월급 14년치와 맞먹을정도로 급속히 증가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뎬진(天津)사회과학원이 지난 92년부터 3년간 신혼부부 1백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기간중 혼수비용은 지난 92년 평균 2만4천7백95元(약2백40만원)에서 지난해 4만3천8백45元(약4백30만원)으로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도시지역 국민소득이 1인당3천1백50元(추계치)임을 감안하면 무려 14년을 꼬박 모아야하는 금액이다.
특히 막대한 혼수비용 부담이 다른 나라와 달리 대부분 신랑측에 돌아가 신랑 부모들은「아들 둔 죄」로 결혼식 한번 치르고 나면 엄청난 빚을 몇년에 걸쳐 갚아야 하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혼수비용이 이처럼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TV보급등으로 널리 퍼진 서양식 결혼풍습을 젊은이들이 흉내내려 하기 때문.
여기에 소득수준 향상과 부모들이 결혼비용을 부담하는 새로운 풍습이 늘면서 우선 쓰고 보자는 풍조도 가세하고 있다.
지난 70년대까지 자전거.손목시계.재봉틀.녹음기에 지나지 않았던 혼수품의 경우 최근 컬러TV등 각종 가전제품과 카메라.전화등으로 확대됐다.
또 가까운 사람들만 초청해 신랑집에서 조촐하게 올리던 결혼식풍습도 식당을 빌리는등 소비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신부들도 중국의 전통 예복인「빨간 원피스」대신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고 있는데 이 웨딩드레스는 대형사진촬영비를 포함해 약4천元(약40만원)이나 먹히는 실정이다.
[北京=文日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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