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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08년 맞이 풍경 한쪽엔 폭죽 … 다른쪽엔 폭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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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명>
시드니 불꽃 축제 100만 인파
베를린에 100개 간이 맥주점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선 새해를 맞아 폭죽과 환호가 어울린 축제가 벌어졌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등 각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있는 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와 불꽃놀이를 즐기며 새해 소망을 빌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라크 등지에서는 폭죽 대신 폭탄이 터지고 유혈 충돌과 폭력 시위가 이어지는 우울한 광경이 연출됐다. 명암이 교차된 지구촌의 연말연시였다.

◆ 미국=‘세계의 교차로’라 불리는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는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 ‘뉴이어 이브 볼’(New Year Eve’s Ball) 낙하 행사를 구경하며 들뜬 축제의 분위기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1일 0시를 기해 23m 높이의 지지대에 매달려 있던 뉴이어 이브 볼이 떨어지면서 1t의 오색종이가 뿌려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올해 공은 100주년을 맞아 친환경적으로 치러졌다. 전구를 반도체 발광 소자(LED)로 만들어 9500개의 전구가 불을 밝혔지만 소비 전력은 가정용 토스터기 10대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신년 연휴 동안 약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AP통신은 “이들이 식당과 극장, 클럽 등에서 지출할 돈이 약 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 유럽=영국 런던에서는 70만 명이 트라팔가 광장과 템스강 주변에 운집해 빅벤의 종소리를 듣고, 10여 분간 템스강에 정박한 3척의 바지선에서 연출한 불꽃놀이에 환호했다. 올해 불꽃놀이엔 사상 최고액인 약 130만 파운드(약 24억2000만원)가 투입됐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에는 3개의 대형 야외무대와 40m 높이의 대형 회전관람차, 100개가 넘는 간이 맥주점이 설치돼 시끌벅적한 축제판이 벌어졌다. 이날 제야 행사엔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들어차 경찰이 오후 10시부터 행사장 입장을 통제해야 했다. 스페인에서는 자정부터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한 알씩 먹어 총 12알의 포도를 먹는 오랜 전통이 어김없이 지켜졌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광장 한편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은 입장료가 2008루블(약 7만6500원)로 높지만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 아시아=중국 베이징 시민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새해를 맞았다. 조직위원회가 연 올림픽 성공 기원 공연에는 인기가수·무술 시범단 등 100여 명의 출연진이 나와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대만 역시 갑작스러운 추위에도 50만 명이 송년 행사에 참가했다.

 신정을 쇠는 일본에선 새해를 맞아 전국 사찰과 신사에 참배객들이 북적댔다. 전국에 걸쳐 수만 개에 이르는 사찰과 신사에는 3일까지 신년 참배객들이 계속 몰려들 전망이다. 장기 연휴를 이용해 70여만 명이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 남반구=새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나라 중 하나인 호주에서는 시드니 하버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축제를 보기 위해 약 100만 명이 몰렸다. 명물인 하버 브리지 위로 2만 여종의 폭죽이 터졌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시 해변의 유명 관광지 코파카바나에서는 자정부터 360m 길이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쏘아올린 23t 분량의 폭죽이 16분간 밤하늘을 수놓았다. 브라질 국민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밀려오는 물결을 7번 뛰어넘으며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새해 소원을 빌었다.

이은주 기자

케냐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으로 수도 나이로비 등 곳곳에서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로비 시민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잿더미로 변한 키베라 지역 중고 의류시장을 지나가고 있다. [나이로비 AFP=연합뉴스]

<암>
파키스탄·케냐 반정부 시위
이라크 폭탄테러 12명 사망

◆ 파키스탄=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피살 이후 파키스탄에서는 유혈 충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토 지지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남부 하이데라바드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경찰서와 상점에 돌을 던지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부토 사후 지금까지 58명이 사망했다. 부토의 정치적 기반이 있는 남부 신드주 등에서는 수백 개의 상점·은행 등이 불타거나 약탈당했다.

 8일로 예정된 총선은 계속되는 소요 사태와 이에 따른 선거 준비 차질로 연기될 전망이다. 선관위원이자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칸와르 딜샤드는 “8일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여러 정당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연기 여부를 2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딜샤드는 2월 8일까지 지속되는 무하람(이슬람력의 성월인 1월)도 선거 일정을 잡는 데 고려 사항이라고 밝혀, 무하람 이후에나 선거가 치러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9개 선관위 사무실이 불타 버린 신드주의 지방정부는 현재의 치안상태를 감안할 때 예정대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적당치 않다며 4∼6주가량 미룰 것을 제의했다.

 ◆ 케냐=지난해 12월 31일 대선 개표를 둘러싸고 전국 곳곳에서 소요 사태가 벌어진 케냐에서는 경찰의 발포로 185명 이상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권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해 수도 나이로비 등 각지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케냐 정부는 대선 결과와 관련한 TV 생중계가 소요 사태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모두 금지시켰다.

 ◆ 이라크= 지난해 12월 31일 이라크에서도 테러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바그다드 북부 타르미야 마을의 한 검문소에 폭탄 차량이 돌진해 주변에서 놀던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죽고, 7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이 검문소는 이라크 정부가 지원하는 수니파 자경단이 운영해 왔다. 이라크 정부는 국제 테러단체인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저항세력을 억제하고,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로 구성된 자경단을 조직한 뒤 소속원에게 월 300달러(약 28만원) 정도의 급료를 주고 있다.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해 12월 2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점령에 저항하는 알카에다를 상대로 무기를 드는 수니파 무슬림을 배신자라고 부른 뒤 이라크에서는 자경단을 노린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또 중북부 마을 바쿠바에서 이날 폭탄띠를 두른 한 여성이 경찰에 자폭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 1명을 포함해 7명이 부상했고, 북부 카니킨의 한 검문소에서는 폭발물이 터져 경찰관 2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이 밖에 스리랑카에서는 야당인 타밀전국연맹 소속 국회의원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파타당과 하마스 간의 충돌로 6명이 숨졌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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