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해 첫날부터 팽팽한 공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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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당선자가 1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박수를 치며 시무식을 마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해 벽두부터 한나라당 내에 공천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 등 당내 ‘빅3’가 모두 링에 올라간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총선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란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공천 시기에 대한 의견차가 커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당선자는 1일 공천 시기와 관련, 2월 임시국회 때 공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KBS 9시 뉴스에 출연, “이번 국회(1월 말과 2월 임시국회)가 참 중요한 것은 정부조직법도 바꿔야 하고 총리와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만일 그 기간에 공천 문제가 겹치면 국회가 잘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천이 안 된 의원들이 국회에 나와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선자가 공천 시기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이날 발언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나 이방호 사무총장 등 측근들의 ‘정부 출범 후 공천’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당 신년인사회(단배식)에서도 “밝은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당을 중심으로 나갈 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뒤에 숨어 수군수군 대는 것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 일고 있는 공천 논란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태안에 두어 번 갔는데 거기엔 전라도, 경상도, 젊은이, 나이 든 분, 계보도 계파도 없더라. 뒤에서 수군수군 대는 사람도 없더라”고 비유했다.

단배식에서 이 당선자에 앞서 발언한 강 대표는 ‘당 중심의 공천’을 거듭 강조했다.그는 대선 이후 “공천은 당헌·당규에 따라 당 지도부나 공첨심사위에서 하는 것”이라며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가 만나 공천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말해 왔다. 강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엔 계파도 없는데 그런 시각으로 혹시 불이익 받을까 걱정 말라”며 “당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 가장 유능하고 당선 가능성 있고 비전 있는 분을 책임지고 (공천)하겠다”고 주장했다. 공천의 주체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당이라는 강조였다. 그는 이 당선자가 옆에 있었지만 “MB(이 당선자의 이니셜) 밀었다고 이익 없고, 박 전 대표 밀었다고 불이익 없다”며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뤘으니 이제 국민에게 보답하자”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의 발언이 알려지자 박 전 대표 측은 즉각 반발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지난해 12월 29일 이 당선자-박 전 대표 회동 이후 “비공개 면담에서 공천을 늦춰선 안 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선자 측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박 전 대표는 31일 직접 이정현 특보를 통해 “그런 대화가 분명히 있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1일 이 당선자의 발언은 박 전 대표의 말과는 배치된다.

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와 비공개 대화에서 약속한 것을 이틀 만에 뒤집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국회 이후라면 2월 말이나 3월인데 과연 언제 공천 준비를 한다는 건가”라며 “결국 밀실 공천 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당선자 측에서 공천을 미루자고 말할 때부터 임시국회에서 의원들을 거수기로 만든 뒤 반발할 틈도 주지 않고 기습 공천을 하려는 의도라고 우려했다”며 “이 당선자의 발언으로 그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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