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맹인음악가 재능 꽃피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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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6일 오전 상계동 맹인복지선교회 사무실에서는 세찬 겨울바람을녹이는 훈훈한 광경이 벌어졌다.맹인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李相宰.27)씨는 이날 삼성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장학증서를 전달받는 순간 미국유학기간 동안의 외로움과 고통이 떠 오른 듯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
李씨는 지난 90년 중앙대 음대를 수석졸업하고 미국의 3대 명문음대로 손꼽히는 피바디음대 대학원에 진학,4.0점 만점에 3.97이라는 높은 평점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 중에 있는 재원.중앙대수석 졸업 당시에도 4.5점 만점 에 4.02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좋지 않았던 李씨는 6세때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15세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서울맹학교 중학부1년때부터 고교 2년때까지 전교 수석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던 그가 음대 진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클라리넷 특 유의 「인간적인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
李씨는 도미(渡美)후에도 박사과정 졸업을 위해 치러야 하는 6회의 독주회중 3회를 불과 1년만에 마치는 등 초인적 노력으로 피바디 음대에서 가장 촉망받는 연주자로 성장했다.그러나 유일한 후원자였던 아버지가 94년 지병으로 몸져 누 우면서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다.겨울방학 때는 항공료가 없어 텅빈 기숙사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 밥을 지어먹으며 지내기도 했고 음악의 길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닥쳐왔다.그러나 정성은 늘 통하는 법.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삼성 미술문화재단에서 남은 박사과정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李長職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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