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것을 노래함’-박목월(1916~78)
마치 한 개의
돌복숭아가 익듯이
아무렇지 않게 열(熱)한 땅기운
그 끝없이 더운
크고 따스한 가슴……
늘 사람이 지닌
엷게 열(熱)한 꿈으로 하여
새로운 비극을 빚지 말자.
자연처럼 믿을 수 있는
다만 한 오리 인류의 체온과
그 깊이 따스한 핏줄에
의지하라.
의지하여 너그러이 살아 보아라.
새해에는 새로운 비극을 빚지 말게 하소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각자 서로의 자연이 되게 하소서. ‘나’와 ‘너’가 나무처럼 의지하여 한 올의 체온과 그 속에 흐르는 핏줄로 연결되어 너그럽게 살게 하소서. 서로가 서로의 땅기운이 되게 하소서. 깊은 산속에서 한 개의 돌복숭아가 익어가듯이 서로의 크고 따스한 가슴속에서 영글어 가는 꿈을 노래하게 하소서.
<박형준·시인>
◆필자 약력=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하여 이야기하련다』 『춤』 등 다수 ▶동서문학상·현대시학작품상 등 수상박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