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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민속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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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을해(乙亥)년 새아침이 밝았다.모든 사람들이 새해의 계획을 설계하기에 분주하다.초.중.고교 겨울방학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평소 서구문명의 홍수속에서 「우리의 것」을 접할 기회가 없는자녀들에게 조상의 숨결이 스며있는 민속마을은 온 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는 산교육장이다.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민속마을 몇 곳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한국 유림(儒林)의 본고장인 안동의 하회마을은 근대화의 물결도 비껴갈 정도로 전통가옥과 하회별신굿 탈놀이(중요 무형문화재 69호)등 우리문화가 고이 간직된 곳이다.
하회마을은 안동시내에서 24㎞ 떨어져 있다.낙동강이 이곳에 이르러 항아리의 겉모양처럼 마을을 감돌고 흐른다 해 하회(河回)라는 지명 외에 물돌이동으로도 불린다.강변의 울창한 송림과 하얀 백사장,그리고 절벽이 한데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하회마을은 풍산(豊山)柳씨인 서애(西厓)유성룡(柳成龍)일가가 크게 번창하면서 발전됐다.풍산 柳씨의 종가인 진양당(養眞堂.보물 36호)과 유성룡의 생가인 충효당(忠孝堂.보물414호)을 비롯해 원지정사(遠之精舍).연좌루(燕座樓).실연 정사(實淵精舍)등 옛집들이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강건너 송림 속에는『징비록』(懲毖錄.국보132호)을 저술했던 옥연정(玉淵亭)과 겸암정(謙菴亭)등의 정자가 볼만하다.
이웃 병산마을과 함께 전승해 오는 하회별신굿의 하회탈과 병산탈(국보 121호),그리고 징비록등 두점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퇴계(退溪)이황(李滉)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도산서원과 청량산 도립공원,안동댐과 성곡동 민속촌이 1시간 거리다.
충남의 해미읍성이나 거창읍성과는 달리 읍성내에 주민이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지난 84년12월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1백89호로 지정됐다.
전남 순천시(구 승주군)에 위치한 낙안읍성은 임경업(林慶業)장군이 이 고을 군수로 근무하던 1626년에 축조됐으며 낙안읍은 당시 벌교.순천까지 행정을 관할했을 정도로 유서깊은 고을이다.임장군의 선정을 기리기 위한 선정멈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읍성은 보수공사로 인해 아쉽게도 오랜 성터의 분위기가 사라졌지만국내에선 유일하게 평지에 세워진 막돌성곽인 것이 특징이다.
마을을 포근히 감싸며 둘러쳐진 읍성(길이 1천4백여m)에는 동헌객사.향교.동문.남문 및 임장군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충민사(忠愍祠)와 낙민루(樂民樓)등 유서깊은 건축물과 기와집.초가집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마을을 둘러싼 성곽 위로는 너비 4m 가량의 산책로가 펼쳐져있다.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과 우뚝 솟은 문루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진한 역사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낙안읍성 주변에는 조계산 도립공원과 삼보(三寶)사찰 중 승보(僧寶)사찰로 유명한 송광사가 20여㎞,1천4백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선암사도 22㎞ 거리에 있다.
***아산 외암마을 지난 78년「전통건조물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충남 아산 외암마을은 조선조 말엽 충청도 양반집의 전통적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10여채의 반가(班家)와 초가집이어우러져 있으며 마을에 들어서면 주택.정원.생활도구.민속유산 등이 잘 보존돼 조상의 숨결을 절로 느끼게 된다.
시골에 흔히 남아있는 느티나무제.장승제 등의 세시풍속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특히 마을입구에 서 있는 한쌍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나무뿌리를 거꾸로 세워놔 여느 장승과 다른 특이함을 보여준다.
마을 전체가 총길이 4천9백23m의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으며마을어구 부근에는 민속생활용품을 전시한 민속전시관이 마련돼 있다.마을 중간에 돌아가는 디딜방아.연자방아와 함께 송림에 가린정자가 눈길을 끈다.
약 5백년전 예안(禮安)李씨가 이곳에 정착한 뒤 마을로 발전한 외암리에는 5백m 떨어진 산자락에 아름다운 정원과 경내 조경이 잘 다듬어진 송암사(松巖寺)가 있다.
***성읍 민속마을 옛 제주의 풍미가 남아있는 성읍 민속마을은 조선조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역적으로 유리한 이곳에 현청을 세우면서 조성됐다.
마을 입구에는 사람 키만한 돌하루방 2기가 버티고 서 있다.
제주도 내에는 모두 45기의 돌하루방이 있으며 이들은 조선시대제주목.정의현.대정현등 3개 행정구역 성문 입구에 세워졌다.
성읍에는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몇그루 서 있다.느티나무는 30m높이에 둘레가 5m,팽나무는 약 30m 높이에 둘레가 약 4m로 수령이 각 1천년과 6백년 정도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161호로 지정돼 있다.
성읍민속마을에는 이밖에 정의현감이 근무하던 청사로 정면 네칸의 단층 기와집인 일관헌(日觀軒.지방유형문화재 7호),정의(旌義)향교(지방유형문화재 5호)등이 있어 제주의 생활풍습을 엿보게 한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15분거리에는 표선민속촌(064 ○871426)이 자리하고 있다.
〈金世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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