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민 출연 日영화 '신설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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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탄을 건너온 여배우 유민의 데뷔작인 일본 영화'신설국'.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따라 국제영화상 수상작이 아닌 성인 등급 영화로 처음 상영하게 된 영화다. 또 청순가련형의 유민이 노출 연기를 펼쳤다는 데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뚜껑을 연 '신설국'은 실망스럽다. 배우들은 조울증 환자들처럼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아무 설명 없이 오가고, 그 때문에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 당혹스럽다. 문제는 수입사가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유민의 노출 연기마저도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크게 올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당한 50대 남자가 전 재산인 2백만엔을 들고 니가타현 쓰키오카 온천으로 흘러들어와 아픈 과거를 지닌 게이샤 모에코(유민)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게 줄거리. 남자는 모에코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건네며 자살하기 전까지 함께 있어달라고 제안한다.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두 사람. 그런데 둘 사이에는 애틋한 감정이 생기고 상대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원작자 사사쿠라 아키라는 눈 덮인 온천 마을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몽환적이고 애절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화는 그 의도를 저버린다.

주인공들은 앞뒤 연결고리가 맞지 않는 대사를 내뱉고, 자살하겠다며 갑자기 다리 난간에 올라서는가 하면, 느닷없이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화면은 분명 정적인데 급박하게 변하는 배우들의 감정선은 따라가기에 숨이 차다.

크레디트에는 한국에서 쓰는 예명인 유민 대신 후에키 유우코라는 일본 이름이 표기된다. 2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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