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태안에서 종무식·시무식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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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원그룹은 31일 충남 태안 구례포 해수욕장에서 임직원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재해 복구 봉사활동을 겸한 종무식을 하기로 했다. 40만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엄청난 재앙을 극복하는 현장을 보고, 체험해 회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재난 현장에서 위기 대처 능력도 키우고 협동심을 배양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교원그룹 배형근 주임은 "태안 지역 주민도 돕고 직원들이 고난을 극복하는 현장을 체험해 새해에는 더 뛰자는 취지로 종무식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종무식과 시무식은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에 더 열심히 뛰자는 행사다. 많은 기업이 이런 종무식과 시무식을 올해는 태안 재난 현장에서 갖기로 하고 태안을 찾고 있다.

?태안의 고난 극복을 배운다=한국산업인력공단 신입 직원과 승진 직원 100여 명은 1월 1일 어은돌 해수욕장에서 시무식 겸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새해 첫날 재난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지난해의 묵은 때를 씻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뜻이다. 공단 김윤석 차장은 "공익기관에 입사한 직원과 어렵게 승진한 직원들이 국가와 국민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이날 직원들이 모금한 성금도 태안군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강유역환경청도 내년 1월 2일에 태안에서 방제작업을 하는 현장 시무식을 하기로 했다.

직원 100여 명은 이날 새벽 버스를 타고 태안으로 이동, 오전 10시부터 구름포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에 매달릴 예정이다. 이 회사 이건기 서무계장은 "기관 특성상 환경 문제가 항상 거론된다. 직원들이 기름을 닦아 내면서 다시 한번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생각하도록 현장 시무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IT 기업 넥서스커뮤니티는 2008년 시무식을 대신해 기름 제거 자원봉사 물결에 동참한다.

이 회사는 매년 첫날에 산에 오르는 신년 맞이 행사를 했지만 올해는 태안에서 기름을 닦는 시무식을 연다. 웅진식품도 1월 3일 태안에서 기름 제거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체하기로 했다.

웅진식품 허지연 대리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을 배우는 뜻 깊은 시무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재난 조기 복구 기원 해맞이도=태안군은 이처럼 헌신적으로 기름을 닦아 낸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내년 1월 1일 백화산 정상에서 무자년 해맞이 행사를 연다. 기름 제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군민들을 초청해 해맞이를 하면서 재난의 조기 복구를 기원한다.

태안군 김도수 문화관광과장은 "태안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준 국민에게 감사 드리고 하루 빨리 재난을 극복해 깨끗한 태안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태안군 주민 이병준(67.소원면 의항리)씨는 "사고 20여 일 만에 태안이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덕"이라며 "연말연시도 잊고 태안을 찾아준 자원봉사자들과 백화산에 함께 올라 청정 태안의 조기 복구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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