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전 총리 … 그녀는 알고 있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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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망명생활 끝에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던 날인 10월 18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두바이를 떠나며 측근에게 편지를 건넸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본인에게 직접 전달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였다. 편지엔 '만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음 명단에 나오는 인사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뉴스위크는 "명단에는 정적들의 이름이 포함됐다"며 "그날 귀국 환영행사 중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할 것을 예감한 셈"이라고 전했다. 부토는 폭발 수분 전 장갑 트럭에 옮겨 탄 덕분에 134명이 숨진 자폭 테러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부토는 시민들과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3일 뒤에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 그의 글이 실렸다. 부토는 "내가 자살폭탄 테러범들에게 겁먹을 정도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썼다.

27일 피살되기 전 부토는 무샤라프 정부가 자신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CNN에 따르면 부토는 10월 26일 측근에게 e-메일을 보내 "내가 공격을 당한다면 책임은 무샤라프에게 지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 경호와 폭탄테러 방지용 전파 방해 기기 등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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