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포럼 명함번호 002·005 … 이 당선자의 '격의없는 측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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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시장 퇴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집권을 위한 전초기지로 '안국포럼'을 열었다. 안국포럼 멤버들은 주로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이들이다. 백성운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실장과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안국포럼의 대표 멤버였다.

초기 안국포럼 회원들의 명함엔 특별한 직함이 없었다. 이름과 연락처만 적었다. 다만 명함 뒷면 구석에 조그맣게 'AF(안국포럼의 이니셜)'로 시작하는 일련번호가 쓰여 있었다. 'AF 001'은 당선자를 위해 비워뒀다. 002는 이 전 부시장, 005는 백 실장이 받았다. 이 당선자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58세 동갑내기로 출신지(경북)도 같은 두 사람은 나란히 '이명박 사단'의 맏형 역할을 해 왔다.

고려대 재학 시절 행정고시(18회)에 합격한 백 실장은 내무부, 대통령 비서실, 안산 부시장, 경기도 부지사 등을 역임한 행정관료 출신이다. 관선 고양군수 시절, 일산의 상징인 호수공원을 만들었다. 당선자와의 인연은 2005년 시작됐다. 당시 이 당선자는 서울시장으로 전국 16개 시.도지사 협의회 의장을 겸하고 있었고, 백 실장은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마치고 고려대 초빙교수 겸 산학협력실장을 맡고 있었다.

이 당선자는 백 실장에게 협의회 사무처장을 맡겼다. 이때 당선자의 신임을 얻은 그는 안국포럼 출발 때부터 좌장 역할을 했다. 안국포럼 비서실장과 종합행정실장으로 이 당선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는 대선을 조직선거가 아닌 '공중전'으로 이끈 주역이다. 선대위 상황분석실장을 맡아 주요 계층별 맞춤형 정책홍보로 상당한 효과를 냈다. 결국 이번에 인수위 행정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전 부시장은 20년 가까이 정당 생활을 했다. 연세대를 졸업한 뒤 81년 민정당 공채로 들어갔다. 민자당 조직국장을 지낸 그는 2002년 서울시장 경선 당시 당내 기반이 취약하던 이 당선자가 홍사덕 전 의원을 이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3년 정두언 당시 정무부시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자 그 자리를 물려받아 2년간 재직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조직맨'이다. 경선 땐 조직본부장을 맡아 전국을 누비며 한나라당 시.도 의원들의 마음을 이 당선자 쪽으로 돌려세우는 노력을 했다.

대선 땐 특보단 부단장 역을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가다. 이 당선자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그를 찾는다고 한다. 당선자의 화풀이 대상이 될 정도로 가까워서다.

백 실장은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군수를 지낸 경기 고양일산갑을 노리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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