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국내경제-경기회복세 하반기께 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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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제를 전망해 보는 것은 예상되는 문제들에 미리 대처해 경기부침(浮沈)의 진폭(振幅)을 가급적 줄여보자는 것이다.올해도 지난해의 경기상승세가 이어지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만큼 미리 안정기조를 다지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 또 한 공통적으로나오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안정 성장」이냐 「거품 성장」이냐를 가르는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1년반 정도 지속된 빠른 경기회복이 올 하반기께는 정점(頂點)에 이르리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지금이 고속 성장의 여파로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들을 미리 잘 다스려 바닥을 다져나가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나라 안에서는 선거 일정이 줄줄이 시작되고,나라 밖에서는 원자재 값 상승에다 엔화(円貨)의 약세가 점쳐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가격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개방이 진전되면서 뭉칫돈이 나라 안팎을 들락거릴 수 있는 통로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것도 큰 불안 요인이다.
또 그간 성장을 주도해 온 왕성한 투자가 정점을 지나 상대적으로 가라앉기 시작하는 시점이 선거 일정과 맞물릴 때 자칫 정치논리가 부동산경기를 건드리는 등의 무리한 경제정책을 강요하지말란 보장도 없다.
올해는 엔高로 인한 반사이익을 지난해 만큼 기대하기도 어려운데다 원화 절상.국제원자재 값 상승.국내 임금 상승등으로 인해수출 역시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반면 지난해부터 서서히 고개를 든 민간소비는 올해 주변 여건상 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돼있다.
내년중 시행될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세금우대저축 폐지도 소비를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게다가 소비는 경기에 한발 뒤처져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보면 경기확장세가 올 하반기에 절정에 달할 것이란 관측과 맞물려 소비증가세는 예 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근거에서 대다수 경기예측기관들이 올해 민간소비증가율을 성장률보다 높게 잡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역시 물가가 올해 경제의 최대 현안이다.
농산물 값은 수입 확대로 누른다 하더라도 지난해 묶어놓았던 공산품 값은 임금.원자재값 상승으로 더이상 묶기가 어려우며,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이 탄력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서비스분야도 가격 인상압력이 커질 듯하다.
부동산값 역시 선거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대기업 부동산 취득 자유화등으로 슬슬 움직일 조짐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과소비와 부동산값 급등으로 「거품」만 부풀린채 주저않은 지난 90~91년 무렵의 경기확장기를 떠올리게 된다. 경기의 견인차가 점차 내수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이나경상수지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봐도 올해는 91년의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특히 인플레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 줄만 죄어 잡는 식의 총수요관리로는 안정성장으로의 연착륙(軟着陸)이 어렵다.
결국 재정.환율.통화.수입개방등 모든 수단을 적절히 조합해서대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데,말이 쉽지 사실은 우리정부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개편을 치르고 난 정부가 올해 제도 개선과 함께 이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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