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BC 까레이스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그의 저서 『수용소군도』에서 스탈린정권에 의해 자행된 한인강제이주의 비인도성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수만명의 한국인이 중풍 걸린 노인부터 훌쩍이는 젖먹이까지 괴나리 봇짐을 진 채 신속하고도 소리없이 극동지역에서 카자흐공화국으로 옮겨졌다.얼마나 급작스럽고 은밀한 강제이주였는지 그들은 창문도 없는 토굴에서 첫 겨울을 보냈고 카자흐 인조차 그들이 정착하는 것을 모를 지경이었다.』 MBC창사특집 22부작 『까레이스키』는 중앙아시아 동토(凍土)로 강제이주된 뒤 굶주림과 뼈를 깎는 추위를 잡초같은 생명력으로 극복해낸 한인동포들의한많은 인생역정을 장대한 서사구조로 그려내고 있다.
까레이스키란 「고려」라는 뜻의 러시아어 「까레이」의 형용사형으로 일제의 박해와 뿌리깊은 가난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연해주로 몰려들었던 한인동포들을 일컫는 말.온갖 악조건 속에서 황무지를 옥토로 일군 까레이스키들의 땀의 대가는 강제 이주 통첩으로 돌아왔고 그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깔밭과 진펄(갈대숲과 늪지)뿐인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차에 짐짝처럼 실려야했다. 이같은 시대상황 속에 두 남녀의 운명적 사랑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긴장과 갈등구조를 유발,드 라마적 재미를 더해간다.
여기에 키르키스공화국 들판에서 지프를 타고 촬영한 스펙터클한전투장면,백야(白夜)현상등 기후에 따라 다양한 러시아의 이국적자연풍광,사라판.류바슈카등 러시아 전통의상등 눈요깃거리도 다양하다. 이 드라마는 러시아 유민사를 다룬 최초의 TV드라마라는의미 외에도 교과서에서조차 단 몇줄로 요약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레이스키들의 한많은 삶을 우리 시각으로 해석한 다큐멘터리라는 의미도 지닌다.
〈李勳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