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경비직원이 본 신세대팬 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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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신세대 스타가 대거 등장한 올 한해 신세대팬들의 세태도 시류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스타와 극성팬의 접점인 최일선현장에서 근무하는 방송사 경비직원들은 『올 한해가 예년과 사뭇달랐다』고 입을 모은다.KBS.MBC.SBS방송 3사의 경비직원.청원경찰들에 대한 밀착취재를 통해 「94년 달라진 신세대 팬들의 세태」를 간추려본다.
○…MBC에서 10여년간 근무한 청원경찰팀장은 『5~6년전과비교해 신세대팬들의 연령이 급격히 낮아진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80년대 후반만해도 오빠부대의 주류는 여고생.그러나 요즘은 13세부터의 여중생들이 태반이고 이번 달 방학이 시작되자 출근하다시피 하는 여중생들과 함께 국교3~4년생까지 방송사로 몰려드는 등 팬들의 연소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여고생정도되면 보다 점잖은(?)농구등 스포츠 스타로 관심이 옮겨가고 갈수록 성적경쟁에 쫓겨 시간을 내기 어려운 탓으로 그들은 분석한다.때문에 극성팬들의 전체 숫자는 예전에 비해 다소 감소추세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꽃다발이나 간단한 선물을 들고 녹화가 끝나기를기다린다.골수팬들은 뒷담을 넘다 폐쇄회로TV에 적발,「훈계」를듣기도 한다.SBS의 한 경비직원은 『10%정도는 이름까지 알정도』라고 한다.출입통제를 당하는 학생들이 사회분위기 때문인지『행복추구를 막을 권리가 있느냐』『방송사가 거짓말을 해도 되느냐』는 등 조목조목 따져드는 통에 애로가 많다고.반면 자신의 권리에 더 당당해진 이들이 「끈기」면에서는 선배(?)들에 뒤져『오빠』를 외치는 톤이 많이 낮아졌고 스타의 차를 뒤쫓다가도 이내 포기하기가 일쑤라고.
진짜 열성팬은 오히려 20대에서 발견된다.최근 MBC엔 가수신성우를 만나겠다며 23세의 직장여성(O식품근무)이 간식을 싸들고 자정넘게 수시간을 기다렸다가 청경들의 권유로 귀가했다.그러나 그녀는 한밤중에 다시 나타나 결국 새벽녘에 방송사를 나서는 신성우를 만나는 소원을 풀어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스타와 신세대 극성팬들,그리고 방송사경비측 3자간의 머리싸움도 치열하다.일부팬들은 경비직원들에게 음료수와 꽃을 주며 입장을 시도하거나 『사인을 받아달라』는 꾀를 내기도 하고 방송사 화장실내에 「잠복」하는 전술까지 구사한다고.특 히 『부산에서 올라왔다』『인천에서 택시타고 왔다』며 인정에 호소키도 해 식별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신세대들의 정보수집능력 또한 대단해 녹화일정은 물론 『김건모는 벤츠를 탄다』는 등 스타의 차종.색깔,심지어 번호까지 꿰고 있어 자칫 경비망에 구멍이 뚫리기일쑤라고.
○…KBS의 경비용역원 천모(59)씨는 『딸자식 보는 것 같아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말리지만 아저씨와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이라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한다.
SBS의 한 직원은 『학생들이 갈 문화공간이 너무 없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특히 이들은 『스타를 보고싶어 몰려드는 아이들이 오히려 일부 우쭐대는 벼락스타들보다더 순수하다』고도 말한다.반면 이들이 꼽은 가장 매너좋은 스타는 김건모.변진섭.유인촌등.이들은 『가능하면 사인을 해주라고 스타들에게 부탁하지만 집에서 TV로 스타를 만나는게 가장 현명한 길』임을 강조한다.
〈文化2部 방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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