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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말말말] 그놈의 헌법 … 대못질 … 참 나쁜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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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통령 선거에다 메가톤급 사건.사고가 줄줄이 터진 올 한 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이 세상에 뿌려졌다. 유력 대선 주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여론을 요동치게 했고, 장관급 공직자와 학력을 위조한 여 교수가 주고받은 핑크빛 e-메일은 국민의 장탄식을 자아냈다. 말말말 코너의 단골 손님인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도 여러 가지 튀는 발언을 내놨다. 정해(丁亥)년 인구에 널리 회자됐던 어록을 추려 봤다.

◆"알고 보니 한 방이 아니라 헛방이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7월 30일 당 대선 후보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범여권이 자신을 겨냥해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자신감을 표시하며.

◆"지금은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사면노가(四面盧歌)의 상황"=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6월 2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강연에서 청와대.범여권과 박근혜 후보 측의 검증 공세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표출하며.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춥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3월 5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손 전 지사는 "시베리아를 넘어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탈당했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의혹이 계속 나오는 후보" vs "양파는 벗길수록 양파만 나온다"=8월 1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양파에 빗대 공격하자 이 후보는 이틀 뒤 충북 합동연설회에서 똑같이 양파로 받아쳤다.

◆"고스톱을 칠 때도 룰이 있다. 한번 치다가 (도중에) 바꾸지 않는다."=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5월 9일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경선룰을 수정하려 하자.

◆"참 나쁜 대통령"=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1월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끝내 4년제 중임 개헌안을 들고 나온 데 대한 평가.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당내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재오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아들이 장가가려는데 두 번 상처(喪妻)한 아버지가 또 자기가 장가가겠다고 나선 격"=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11월 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권 삼수를 선언한 것을 비난하며.

◆"미국과 달리 한국 대선은 콤팩트하게 진행돼 매우 흥미롭다"=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 11월 2일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오찬 자리에서 밝힌 한국 대선 감상평.

◆"(이명박 후보와)나란히 앉아서 TV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12월 7일 대선 후보 합동 TV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계란 마사지를 했다. 덕분에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다."=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 11월 7일 대구 유세 도중 계란에 맞았지만 너스레를 떨며.

◆"대통령이 되면 첫눈 오는 날 공수부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잡게 하겠다"=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8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자신의 이색 공약을 내놔 특전사 출신들의 반발을 샀다.

◆"독배를 몇 잔 마신 것 같다. 과연 쓰다는 생각이 든다."=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2월 1일 기자 간담회에서 의장 취임 당시 "독배를 마시는 일이 되더라도 피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을 상기하며.



"변 실장 정도가 배후라면 수도 없이 많다"

◆"변 실장 정도가 배후라면 난 (배후가)수도 없이 많다"=9월 9일 미국 도피 중인 신정아씨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를 묻자 대답한 말. 그러나 신씨 귀국 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신씨의 후원금 모금 등에 개입한 사실이 모두 확인됐다.

◆"있는 건 있다, 없는 건 없다 하겠다."=임채진 검찰총장, 11월 26일 총장 취임식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대해 한 말. 실제로 검찰은 BBK사건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명박 당선자의 3대 연루 의혹은 "모두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여기는 수사기관이지 시나리오를 쓰는 방송국이 아니다"=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검사, 10월 26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자신의 뇌물수수 의혹을 "무슨 거대한 시나리오같이 만들어져 가는 것 같다"고 부인한 것을 반박하며.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보면 이건 아주 무식하거나 아니면 무데뽀다"=박홍 서강대 이사장, 7월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대학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을 비판하며.

◆"이번 수능은 흠잡을 데 없는 출제였다"=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12월 9일 '등급제 수능'으로 학부모.수험생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 정 원장은 뒤이어 터진 물리Ⅱ 과목의 복수정답 파문 때문에 원장 직을 사퇴했다.



올해도 회자된 노 대통령 발언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내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과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리 연루설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처음엔 언론의 문제 제기를 일축했지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놈의 헌법이 토론을 못 하게 돼 있으니까 단념해야지요"=노 대통령은 6월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 강연에서 "대운하 공약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한 뒤 이같이 덧붙여 '헌법 비하'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을 샀다.

◆"기자실이 되살아날 것 같아 대못질해 넘기겠다"=노 대통령, 6월 8일 원광대 특강에서 기자실 통폐합 방침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말.

◆"저는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선진화된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한 사육신(死六臣)이지 간신이 아니다."=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5월 31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자신을 '간신'이라고 지칭한 것을 이렇게 반박했다. 그러나 사육신 후손들의 항의로 양 비서관은 자신의 발언을 공개 사과했다.

◆"대통령이 결심 못 하십니까. 결심하시면 되는데"=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10월 2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하루 더 평양에 체류할 것을 권유한 뒤 노 대통령이 "경호.의전 쪽과 상의해야 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남측 언론에 대해선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신체를 여과 없이 기록하고 싶었다"

◆"내 신체를 여과 없이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었다"=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씨가 상반신 누드 사진을 찍은 이유를 설명한 말. 김씨의 누드 사진은 패션전문지 보그 한국판 10월호에 실렸고, 파문이 일자 국립발레단은 김씨에게 1개월 감봉 징계를 내려 '표현의 자유' 논란이 생겼다.

◆"12세기까지 만들어진 고려청자는 풋풋한 여대생의 엉덩이와 같다"=유홍준 문화재청장은 7월 24일 태안 앞바다에서 고려청자 시굴 작업 과정에서 이런 말을 해 여성계의 비판을 자초했다.

◆"축구는 전쟁이다"=올해 취임한 FC서울 귀네슈 감독, 3월 12일 경기 전날 엔트리를 내는 K리그의 관행을 비판하며.



재계 최대 화두 '샌드위치 위기론'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팔고 분당의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로 갈 경우 세금을 내고도 돈이 남는다"=권오규 경제부총리,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동시에 늘어나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퇴로가 막혔다는 지적을 반박하며.

◆"암세포만 가려서 공격하고 싶은데 자꾸 정상세포에도 피해가 간다"=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12월 12일 부동산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 펼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때문에 일부 선의의 피해자도 생기고 있다며.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샌드위치 신세다"=이건희 삼성 회장은 1월 25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한국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도 3월 16일 기아차 주주총회에서 "일본 업체는 우리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가고, 중국 등 후발 업체는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며 비슷한 위기감을 토로했다.

◆"에스키모한테도 에어컨을 파는 게 마케팅이다"=최태원 SK그룹 회장, 10월 4일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화자동차를 방문한 자리에서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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