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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위원진단>범칙금인상.10부제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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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부터는 웬만한 교통위반에도 범칙금이 8만원이다.10부제도내년 2월부터 강행된다.어기면 과태료 10만원.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강성(强性)정책에「깜짝」놀라는 사람이 너무 많다.
10부제는 물론 시행이 용이해 비용이 덜 들고 효과도 당장 나타나는 교통수요조절 대책이다.또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공평하게 불이익을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정부 입장에서 선호할 수도 있는 정책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동안 부각됐던 단점은 어떻게 됐는가.효과가 더 있는다른 대책을 고려해보지도 않고「최후의」대책이어야 할 10부제를전격 실시하면서 위반때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건 아무리봐도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교통위반 범칙금도 마찬가지다.단속건수는 최근 수년간 매년 10%이상 늘고 있다.금년에만 차량 1천2백만건,보행자 3백만건에 범칙금 부과액이 1천3백억원에 이른다.일본의 8백70만건보다 훨씬 많다.경찰청의 입법예고대로 법안이 통과된 다면「1조원부과」도 쉽게 가능해진다.
물론 범칙금인상의 배경은 있다.차량 1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세계 3위,아무리 단속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일부 운전자의 무질서,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뿌리뽑아보자는 선의(善意)에서 나온 발상이라 짐작된다.
「8만원 요법」으로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한번 해보자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들도 법(안)은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일본.영국등에서는 사망사고와 직결되는「과속」은 2번이면 면허취소다.우리는 8번.어쩌다 돈으로 해결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외국의 경우 교통사고,특히 사망사고의 1차 원인이 과속인 경우가 30%나 된다.그러나 우리 통계는 과속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4.4%.통계가 이러니 대책도 서투르다.범칙금 인상보다는「벌점제도」의 보완이 아쉽다.
교통위반도「등급」이 있다.치명적 사고를 유발하는 위반,차량의정상 흐름을 방해하는 위반,자신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 위반등 경중이 있다.이번 입법예고는 이런 등급이 무시됐다.일률적인 8만원은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중 처벌보다 가벼운 처벌을 자주하는 방법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고,경찰에 적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다.일본은 과속을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15㎞미만 과속은 벌점 1점.과태료 9천엔,25~30㎞위반일 경우「 3점.1만5천엔」,50㎞이상이면 벌점이 12점이나 된다.3년 벌점누계 15점이면 면허가 취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벌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우리도위반의「등급」에 따라 벌점과 범칙금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
억울한 처벌이 없겠느냐는 점 또한 문제다.우리나라에는 시설미비로 어쩔 수 없이 법규를 위반했다는 운전자의「하소연」이 많다는 사실을 경찰도 잘 안다.
시내도로는 물론 지방도.국도상의 모든 교통표지가 정말 교통공학적으로 자신있게 설치돼 있는가.차량의「흐름」을 무시하고 법규만 지키라는 자세도 안된다.외국의 교통경찰이 과속중인 차량대열을 적발하기 보다 그 대열에 끼어 들어 제한속도로 운행함으로써서서히 대열의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를 눈여겨 봐야 한다.
10부제,범칙금 대폭인상등 최근 정부의 강력한 요구 이면(裏面)에는 정부의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국민의 의견도 참작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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