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꼭 날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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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달중 교수=김영삼정부의 등장은 한국정치사에서 두 가지 큰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우선 시기적으로 탈냉전과 민주화라는 세계사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습니다.또 한가지는 지난 50년간의 정통성 부재(不在)정치를 마감하고 문민정부로 탄 생했다는 것입니다.특히 군부.관료 권위지배구조의 재생산과정을 타파하고 정당(政黨)을 바탕으로 한 지식인,사회세력 중심의 새로운 지배구조틀을 마련했다는데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최장집 교수=사실 30여년간의 군부권위주의 부작용을 일시에극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출범당시 金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80~90%라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습니다.그가 민간인출신 정치지도자라는 매력도 있으나 민주 개혁에 대 한 전국민의 컨센서스(동의)가 넓고 깊었기 때문이죠.
▲안병영 교수=동감입니다.金대통령이 사정.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군부숙정.정치개혁입법등 일련의 개혁을 통해 기존 군부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평가받을만 합니다.그러나 3당합당에 따른 태생적 한계가 개혁정치에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입니다.개혁이 성공해 국민지지를 받을때 수구세력들은 움츠리지만 상황이 조금 변하면 그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커져 개혁이 지체되고 퇴색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얘기죠.정부가 개혁을 시작할때 국민이 감동하고 지지했지 만 얼마후 개혁이 퇴색한느낌을 받은 것은 그 때문입니다.
▲崔교수=문민정부가 출범과 함께 부여받은 과제를 세 가지로 집약할수 있다고 봅니다.우선 정치적 민주화입니다.군부중심에서 민간주도로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이죠.둘째는 급속한 성장이 초래한 불균형을 극복하는 경제개혁이고 셋째는 탈냉전과 연계돼 전향적 통일정책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張교수=개혁이 결과적으로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초기엔 기대이상으로 金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개혁의지가 담긴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정치의 기본틀도 민주對 반민주에서 해방돼 점점 경쟁을 통한 이익추구로 옮아가는 추세입니다.다만 국가권력구조 변화 못지않게 앞으로는 시민사회의 개혁이 동반돼야 합니다.이 점에서 경제 불균형과 지역불균형에 대한 개혁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安교수=이러한 시도를 안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다만 민주개혁과 함께 경제를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경제 활성화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지않고 단기과제에 매달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신경제 1백일 계획이 단적인 예 인데 단기에 효과를 보려다보니 어쩔 수없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펼칠 수밖에 없었고,게다가 기존 경제정책 틀에서 나아가지 못한결과를 초래했습니다.
▲崔교수=그렇습니다.거기에 덧붙일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개혁이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는 점입니다.이는 군부권위주의 정치구조와의 연속성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정부 출범때 개혁이라는 기대의 폭주가 있었지만 이 기대는 초기가 지나면서 급격히 축소됐고 실현성도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됐습니다.개혁을 주도하는 사회적 지지기반을 창출하지 못한거죠.「민주화의 전환비용」이란 말이 있는데 민주화 에는 어느정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얘기죠.예를 들면 일정기간의 성장 둔화등 부작용을 감내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金대통령은 이를 피하려다 딜레마에 빠진 격이죠.
▲張교수=결국 통치스타일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金대통령은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그러나 사회지지기반의 구조를 무시했고 대통령 혼자 개혁을 주도하려 했다는 생각입니다.개혁은 모든 국민을 다 만족시키며 할 수는 없습니다.주도세력만 창출한뒤 나머지는 동참시키는게 중요한데 金대통령은 국민과 통치자라는 1대1 대응에 주력한 나머지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중간제도인 의회나 정당의 기능을 너무 소홀히 했다고 봅니다. ▲安교수=또하나 간과해서 안될 것은 개혁은 제도만 바꿔서는안된다는 점입니다.의식개혁과 지속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합니다.예컨대 사정의 회오리속에서도 잠시후 부정부패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공직자 재산공개도 최근엔 별 의미가 없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문민정부 첫해는 문패를 개혁으로 내걸었으나 곧이어 국제화,이제는 세계화로 바꿨습니다.짧은 기간에 문패를 바꿔 민주화를 위한 개혁의지가 퇴색했다는 얘기는 듣지 않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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