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50일 앞두고 선거구도 못 정하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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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 개정안을 확정하지 못한 채 19일로 활동시한을 마쳤다. 시한 연장을 위해서는 새로 본회의 의결을 해야 한다고 한다. 또 허송세월을 하게 생겼다. 특위 활동 시한이 지난해 말과 이달 9일에 각각 연장됐던 것을 감안하면 상습적인 직무유기다.

특위가 갈팡질팡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총선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선관위는 이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선거준비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죽하면 선관위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가 20일 "원활한 선거관리가 될 수 있도록 정치관계법을 조속히 확정하라"는 성명을 냈겠는가.

그동안의 여야 합의에 따라 구성키로 돼 있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등도 위원 위촉을 못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당과 선관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선거부정감시단도 발족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 선거일 1백20일 전에는 구성돼야 하는 기구들이다. 선거 1년 전, 즉 2003년 4월 15일 이전에 결론이 났어야 할 선거구 획정도 아직 안 됐다.

정계 입문을 꿈꾸는 신인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현행법의 규제를 받는데 이에 따르면 신인들은 명함도 돌릴 수 없다. 그래서 선거는 코앞에 다가왔지만 여전히 손발이 묶인 채 마음껏 선거운동을 하는 현역 의원들을 쳐다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특위의 난항 배경을 들여다 보면 더욱 한심하다.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슬그머니 거둬들이려 하면서도 의원정수는 현행 2백73명에서 2백99명으로 늘리려다 각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하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현행 선거구제는 지나친 인구편차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은 상태다. 반드시 법을 고친 다음 선거를 치러야 한다. 각 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의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집착 때문에 선거관리에 차질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 신속하고도 대승적 자세로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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