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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용궁 갔다 온 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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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1국 하이라이트>

○·이세돌 9단(한국) ●·황이중 6단(중국)

장면도(230~246)=230으로 먹여치는 수부터 서로 빵빵 때려내며 236까지…. 짧지만 격렬한 수순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낙엽처럼 돌들이 쓸려나간 판은 폭격 맞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하다. “필연인가” 물으니 “필연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230 다음 232로 몰자 흑은 잇지 못한다. A의 천지대패를 견딜 팻감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흥하고 누가 망한 건가.

‘참고도’를 보며 계산을 해보자.

백=(흑이 B로 따내는 경우와 백이 C로 따내는 경우 때문에 꽤 까다롭지만) 흑돌 17개를 잡았으니 34집이고 가일수 두 개가 생략되었으니 36집. 이 부근에서 흑이 두 점 따낸 것을 빼면 백의 이득은 32집. 그러나 흑B로 따낼 확률이 더 높은 만큼 31집으로 계산한다.

흑=좌하귀는 백집이 4집 난 곳이었는데 거꾸로 흑집이 18집 났으니 22집. 여기에 D(6집)가 사라진 효과가 3집. 합계 25집. 흑이 망한 것처럼 보였으나 백의 실제적 이득은 겨우(?) 6집이었다. 더구나 선수를 흑이 잡아 237을 차지했으므로 손익은 거의 없다. 다만 백은 약간 우세한 바둑을 깨끗이 정리했다는 효과가 있었다.

이 판은 무려 319수까지 진행되었고 계가하니 백이 2집반을 이기고 있었다. 용궁 갔던 이세돌 9단이 기적적으로 생환했고 중고 신인 황이중 6단은 평생에 다시없을 기회를 놓쳤다. 다 잡은 승리를 꽉 움켜쥐는 일이 그토록 힘든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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