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끝난 伊베를루스코니의 꿈-聯政 예견된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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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념과 색깔이 다른 정당간의 「편의적(便宜的)」연정(聯政)으로 출범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의 좌초는 진작부터 예견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최대의 언론재벌인 피닌베스트그룹 총수인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3월 총선에서 「전진 이탈리아」당을 이끌며 북부동맹.
국민연합 등과 손잡고 4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정치참여 2개월만에 총리로 화려하게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전후 46년간 정권을 독식하며 부패에 찌든 기민당 등 중도우파를 국민들이 외면한다는 단순한 동기에서정치노선을 무시하고,북부지역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북부동맹과 新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을 파트너로 선택,처음 부터 연정은 붕괴 소지를 안은 「한지붕 세가족」으로 출범했다.
그는 또 내각을 짜면서도 마치 사기업처럼 국방장관에 자신의 고문변호사를,정부 대변인에는 자신의 방송국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던 사회자를 기용하는 등 공직과 사기업 사주의 위치를 혼동,야당의 비난을 받아왔다.특히 피닌베스트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던 지난 7월 검사의 예비구금권을 제한하는 법령의 입법을 추진함으로써 검찰과의 마찰을 자초한 점은 그를 사임으로 몰고간 가장 큰 화근이 됐다.「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는 검찰과의 세(勢)싸움은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혐의수사,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의 반발성 사임 등으로 이어져 그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타를 안겼다.
결국 연정내에서 「反베를루스코니」의 기치를 든 북부동맹의 움베르토 보시 당수가 야당과 결탁,세건의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이미 탈진상태에 빠진 베를루스코니총리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그의 사임에 따라 향후 이탈리아 정국의 향배는 헌법상의 최후조정자인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대통령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스칼파로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들과 상의한 뒤 다음주초 상하원의장.각 정당대표와 협의를 거쳐 향후 정국에 대한 수습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총리후보를 새로 지명,조각(組閣)을요청하거나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두가지중 하나가 되겠지만 현재로선 조기총선 실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당분간 이탈리아 정국은 재집권을 노리는 베를루스코니와 새로운연정 주도를 희망하는 보시 당수를 각각 핵으로 한 양대 세력간의 치열한 세력다툼속에 이합집산을 거듭할 전망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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