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코트가 안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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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일산점(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서 여성 의류를 담당하는 함태영 팀장은 최근 모피 매장 때문에 고민이다. 이달 초부터 7층 행사장에 특설매장을 마련해 놓았지만 찾는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함 팀장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야 모피가 팔리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너무 따뜻하다”며 “1월 중순쯤 서둘러 매장을 철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평년보다 포근한 겨울 날씨에 유통업체 의류 매장이 울상이다. 특히 모피나 고급 코트 등 값비싼 상품을 파는 매장에는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발빠른 업체들은 내년 초 겨울의류 대신 봄옷을 내놓을 계획을 세워놓았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품목은 모피. 이달 들어 23일까지 롯데백화점 수도권 13곳 점포의 모피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모피 매출은 7%, 신세계백화점은 9% 감소했다. 신세계 홍성은 모피 바이어는 “내년 초 날씨가 추워져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지난겨울의 판매량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 초부터 대폭 할인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트류를 중심으로 한 남성 정장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서울 천호동)의 이현우 남성의류 바이어는 “안감이 들어가거나 털이 덧대어진 코트는 통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얇은 카디건이나 V넥 티셔츠 매출은 조금 늘었다. 이 바이어는 “코트를 아예 입지 않고 양복 재킷 안에 카디건을 받쳐 입는 직장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난화로 해마다 코트 재고량이 늘자 패션업체들은 고정 생산 물량을 줄이는 추세다. 신원은 매주 초 품목별 판매량을 체크해 코트 생산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 회사 최진우 홍보부장은 “이달 들어 날씨가 포근해 엉덩이까지만 오는 짧은 코트 생산량을 늘렸다”며 “곧 봄 신상품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발빠른 패션업체는 벌써 봄옷을 내놓기 시작했다. LG패션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주에 봄 신상품을 선보였다. 1월 중순에 봄옷을 내놓았던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출시 시기를 앞당긴 것. 헤지스의 이상훈 상품기획과장은 “코트 대신 스웨터·티셔츠가 잘 팔려 봄 신상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부장은 “올 연말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했고 종합부동산세 납부일이 끼여 있는 등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요인이 꽤 있었다”며 “의류는 생활필수품이 아니기 때문에 날씨는 물론 경제 분위기나 소비심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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