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새해 어떤 펀드가 순항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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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해외 펀드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올해 50%를 웃도는 ‘대박’을 기록한 중국·인도 펀드는 내년에도 각각 16~20%, 17~19%의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는 러시아·동유럽 펀드는 1620%, 브라질·남미 펀드는 17~20%의 수익을 올려 신흥시장 투자 4인방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형주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시장 수익률(인덱스펀드 15~16%)을 웃도는 수익(16~18%)이 예상된다. 중소형주 펀드는 인덱스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0.5%포인트 정도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예상들은 본지가 국내 21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펀드 유형별 예상 수익률을 조사, 평균값을 구한 결과다.

예상 수익률이 회사별 목표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규정에 따라 운용사별 목표 수익률은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개별 회사의 예상 수익률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각 응답의 평균값을 구해 펀드 시장에 대한 업계 전반의 시각을 살펴봤다.

◆“신흥시장의 강세 지속”=자산운용사들은 내년에도 중국 펀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연 10% 안팎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올 들어서만 90% 가까이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다섯 배 가까이 상승했다. 따라서 기대 수익에 대한 눈높이는 낮춰야 한다는 것이 운용사들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시장의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펀드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강세를 예상했으나 고평가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40%에 이르는 수익을 예상한 곳과 돈 벌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곳 등 운용사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신흥시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예상하며 “다른 시장에 비해 조정이 덜했던 데다 내년에 환율 등의 압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러시아·동유럽 펀드와 브라질·남미 펀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운용사가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석유·철광석 같은 원자재 수요가 줄게 되면 자원 의존형 경제 구조인 이들 지역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일본 펀드 시장에 대해서는 올해처럼 원금을 10% 넘게 까먹지는 않겠지만 수익률이 한 자리를 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반기 이후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연간 25%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상대적인 약세를 예상했다. 글로벌 펀드 역시 예상 수익률은 한 자리였다. 고수익 고위험(high risk high return)의 신흥시장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점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큰 놈이 이기는 시장”=주식형 펀드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대형주로만 펀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아무래도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소형주는 펀드 자금 유입의 혜택에서 소외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내년에도 대형주 펀드가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을 앞설 것으로 운용사들은 내다봤다. 물론 “올해 중소형주가 오르지 못해 저평가된 만큼 내년에는 중소형주 펀드가 대형주 펀드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허진영 연구원은 “연초 운용사들이 일본 펀드의 강세를 점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며 “전문가들의 예상도 틀릴 수밖에 없는 게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예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족집게’식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식 분산 투자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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