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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쏙] “방학 때 하루 5분씩 연산훈련 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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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산초등학교 송재환·손정화·김충경 교사(왼쪽부터)가 자료실에서 자녀 수학지도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양영석 인턴기자]

“‘× ÷ + -’가 꿈속에서 괴롭힌다.”(아이)

“5학년생 중에 ‘수포(수학 포기) 학생’들이 늘었다.”(선생님)

“학원에 밀어 넣어도 성적은 제자리다.”(엄마)

초등학교에선 ‘성적 고민’이 ‘수학성적 고민’인 경우가 많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최근 『수학 100점 엄마가 만든다』(도토리창고)를 낸 서울 동산초등학교 송재환·김충경·손정화 교사는 “학원이나 학습지가 아니라 엄마가 ‘수학멘토’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등생 자녀를 둔 독자인 장신문(서울 관악구)·이현숙(부산 해운대구)씨가 ‘겨울방학 때 수학우등생 기초 다지기’에 대해 교사들에게 물었다. 이들의 답변을 기사로 풀었다.

◆하루 5분씩 연산훈련을=수학은 체인(chain)과목이다. 덧셈을 못 하면 곱셈도 못 푼다. 나눗셈은 더 못 푼다. 손 교사는 “5대 영양소를 따져 아이 밥상을 차리듯, 하루 30분씩 엄마가 함께 수학공부를 하면서 학년마다 꼭 채워야 할 수학 체력을 다져줄 것”을 당부했다.

연산의 빠르기와 정확성은 수학의 경쟁력이다. 계산 문제만 나오면 “계산기로 하면 안 돼요?”라고 묻는 아이들도 있다. 손 교사는 “엄마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아이의 연산 능력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5분씩 꾸준히 연산훈련을 하면 6개월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교재와 초시계를 산 후 ^연산훈련 부분을 복사하고 ^처음엔 한 자릿수 덧셈과 뺄셈부터 시작하되 ^연산기록을 재고 틀린 개수만큼 기록 감점을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생활 속 수학공부가 우등생 만든다=김 교사는 “초등수학은 머리로만 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집안 물건 50가지 길이재기(2학년)’ ‘입체도형 전개도 그리기(6학년) 등 구체적인 조작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둑돌이나 수모형으로 사칙연산을 익히고, 시장에서 직접 계산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삼각형=세 성분으로 둘러싸인 도형’. 수학의 주요 개념은 영어단어 외우듯 외워야 할 것이 많다. 송 교사는 “‘은하철도 999’에 가사를 바꿔 부른 ‘일천송’이나 ‘삼각형송’ ‘사각형송’으로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를 했더니 아이들이 수학의 정의를 쉽게 외웠다”고 조언했다.

◆수학의 대세 서술형 잡아야=요즘 수학시험에선 간단한 식을 풀라는 문항은 거의 사라졌다. 긴 문장으로 설명된 문제(문장제)를 보고 식을 세워 답을 구하는 서술형 평가가 대세다. 교사들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일수록 서술형 수학평가에 강하다”고 평했다. 문제의 핵심과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독서할 땐 중심문장과 보조문장을 찾고, 필요한 말과 필요 없는 말을 추려내는 연습을 많이 해둔다.

◆5학년 수학이 ‘징글징글’하다고?=송 교사는 “보통 4학년 때 수학이 어려워진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5학년 아이들이 수학을 ‘징글징글’해 한다”고 했다. 약수와 배수의 개념, 곱셈과 나눗셈의 혼합연산, 선대칭 점대칭 등 공간감각을 요구하는 문제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5학년 수학을 잘해야 중학교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도형과 측정 부분은 패턴 블록이나 펜토미노 같은 교구를 이용해 익히고, 사칙연산 훈련을 충분히 하면서 기초를 다지고 응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행학습은 예습이 아니다=교사들은 “선행학습으로 성적이 반짝 오를지는 몰라도 한 학기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로 요요현상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선행학습을 예습으로 착각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수학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수학 과식’ 때문이라는 것. 송 교사는 “2학년 담임할 때 한 학기에 문제집을 10권씩 푸는 아이들도 있었다”며 “수업시간에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학습지를 풀어달라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지겨워하면 한두 달 끊는 편이 낫다”고 충고했다.

박길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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