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1년] 2. 숨가빴던 정치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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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3월,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평검사들의 대화장. 검사들은 盧대통령에게 '인사권의 반환'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현재의 검찰 상층부를 믿지 못한다. 내가 마련한 안(案)대로 검찰을 개혁하겠다"며 뜻을 꺾지 않았다.

훗날 이 토론회는 참여정부 1년의 정치적 흐름을 좌우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사실 盧대통령은 당선 후 한달 동안 스스로를 '무장해제'시키는 권력기관의 중립화 조치들을 취했다. 국정원장의 대통령 독대보고를 중지시켰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던 검찰과의 전용전화선도 치워버렸다.

盧대통령은 권력기관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대신 파격적 물갈이 인사를 강행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라인도 이때 탄생했다. 이들은 김대중(DJ)대통령 시대에는 검찰의 비주류였다. 또 하나의 파격인 국정원의 고영구 원장.서동만 기조실장 카드에 대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 위원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달았지만 盧대통령은 무시해버렸다. 대통령과 국회관계가 악화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정치환경도 악화일로였다.

DJ를 몰아붙였던 대북송금사건 특검 결정과 민주당 분당사태 등은 호남 여론을 이반시켰다. 여기에 안희정.양길승.최도술씨 등 측근비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盧대통령 지지도도 폭락했다.

여기서 던진 정면승부 카드가 10월의 재신임 선언이었다. 재신임 문제는 다른 사안들을 삼켜버린 '블랙홀'이었다.

정국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검찰은 최도술씨를 거쳐 정치권 대선자금 수사로 직행했다.

盧대통령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지만,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치명상을 입고 지금의 와해 위기에 이르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정치권 사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검찰'이란 비난은 과거만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틀거리면서 반전을 연출한 盧대통령은 본인 말대로 '피고인석에 서서'향후 4년을 좌우할 총선을 맞이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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