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할능력 있는 內閣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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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박한 개각(改閣)에 대해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는건 당연하다.이제 집권중반기에 들어서는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제대로일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이번 개각과 관련돼 있고,현재 산적한 국정(國政)과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느냐 없느 냐 역시 개각과 관련돼있기 때문이다.시험적으로 이사람 저사람 써보거나 구색용(具色用)또는 포장용(包裝用)으로 사람을 끼워넣을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개각에서 가장 중요한 인선(人選)기준은 결국「일」이다.일을 가장 잘 할 사람,일이 되도록 할 사람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최근 나라안팎 상황을 생각하면 이미「일하는 정부」가 나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 성돼 있다고볼 수 있다.세계화를 하지않고는 살 수 없다는 인식,세금도둑을뿌리뽑고 부실.불안한 기간시설을 시급히 재정비해야겠다는 인식,밤거리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치안확보가 절실하다는 인식,공무원이 빨리 복지부동(伏地不動)에서 일어나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 이런 인식은 국민 누구에게나 절박하고 시급한 공감대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바로 당면한 이런 국가적 과제에 대응할 인물을 뽑는 작업이 돼야 할 것이다.그렇다면 계파(系派)에 따른 인사,특정지역을 우대하는 인사,과거의 친분이나 연(緣)에 따른 인사는 배제되는 것이 당연하고,장관자리를 정 치적 세력의거점이나 인맥형성의 눈으로 볼 여지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할지 거명(擧名)하긴어렵다.그러나 최소한 자기소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만한 사람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자기소관의 다리가 무너질지 여부도 감(感)잡지 못하고,보고도 못받는 형(型)의 인물 이어서는 안된다.자기부처(部處)에 관한한 공무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일은 어떻게 돌아가는지,국민의 주문과 기대는 뭣인지 아는 사람이라야한다. 그리고 위의 눈치에 따라 움직이는 「예스맨」은 곤란하다고 본다.일에 빠진 프로라면 자기일에 대한 고집이 있는 법이다.말 잘듣고 눈치빠른 사람보다는 일에 대한 고집이 있는 사람을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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