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2년부터 '백열등 없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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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내 자동차 회사들은 2020년부터 새로 생산하는 차량의 연비를 '갤런당 35마일(L당 15㎞)'로 현행보다 40% 높여야 한다. 자동차에 쓰이는 바이오 연료의 의무 생산량도 2022년까지 현재의 6배인 연간 360억 갤런(약 1360억L)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2012년부터 백열등이 사라지고 형광등이나 발광다이오드(LED)가 사용된다.

이 같은 내용의 새 에너지 법안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1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공식 발효됐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미국은 '석유 중독'을 줄이고 지구온난화와 싸우기 위한 의미 깊은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도입됨에 따라 미국은 하루 110만 배럴(1억7500만L)의 원유 수입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운전자 입장에선 연간 220억 달러(약 20조7600억원), 1인당 700~1000달러의 비용이 절감된다. 미국에서 일반 승용차에 대한 최소 연비 기준이 법제화한 것은 1975년 이래 처음이다.

이 법은 자동차용 바이오 연료의 의무 생산량 중 210억 갤런은 옥수수를 원료로 한 기존의 에탄올이 아닌 목초.나뭇조각 등 기타 재료를 이용하도록 했다. 첨단 친환경 연료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360억 갤런의 바이오 연료가 생산될 경우 미국 자동차용 석유 소비의 20%를 대체하게 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연비 개선과 바이오 연료 사용을 통해 미국이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온실 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법은 또 백열등을 없애는 등 가정용 기기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높이고, 모든 연방 정부 건물을 2030년까지 친환경 체제로 바꾸도록 했다. 상업용 건물들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창문을 설치하는 등 리노베이션을 할 경우 새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미국에선 2001년과 2003년, 2005년에 유사한 내용의 에너지 법안이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주)에 의해 제출됐으나 번번이 기각됐다. 올해는 민주당 의원들이 선결과제로 추진한 데다 지구온난화에 회의적이었던 부시 대통령마저 연두교서에서 위기 상황임을 인정하면서 법안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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