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駙馬-왕의 사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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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마(駙馬)는 副馬라고도 하는데 옛날 왕의 행차에 여벌로 준비한 수레(副車)를 끌던 말을 뜻한다.
그것이「왕의 사위」를 뜻하게 된 것은 한무제(漢武帝)가 副馬를 사육.관리했던 부마도위(駙馬都尉)라는 관직을 두고 자신의 사위를 임명하면서부터였다.
옛날 농서(롱西)땅에 신도도(辛道度)라는 서생(書生)이 있었다.객지에서 돈이 떨어져 며칠 굶게 되었다.기진맥진해 옹주(雍州)까지 왔는데 문득 큰 저택이 보였다.통사정을 해 융숭한 대접을 받고 배불리 먹었다.그때 여주인이 말했다.
『저는 진 민왕(秦 閔王)의 딸이었지요.조(曹)나라에 시집갔다가 23년전,그만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여기에 살게 되었답니다.저하고 부부가 되어줄 수 없는지요.』 이렇게 하여 삼일을 지내고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여주인이 금침(金枕.금베개)을 정표로 주었다.신도도가 문을 나와 뒤돌아보니 집은 온데간데 없고풀만 우거진 묘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다만 금침은 그대로 있었으므로 그것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
그 뒤 진(秦)의 왕비가 우연히 시장에서 금침을 발견하고 딸의 묘를 파헤쳐 보았더니 과연 금침은 없었고 교정(交情)한 흔적이 있는 게 아닌가.왕비는 비로소 신도도의 이야기가 사실인 것을 알고는 그를 자신의 부마로 삼고 후한 예물을 주어 본국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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