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버리는 것이 돌의 기세였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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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2보 (28~42)]
白.謝 赫 5단 黑.朴永訓 5단

셰허의 바둑은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비상하는 상상력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잠재력이 무명의 그를 세계대회 준결승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리듬감을 상실할 때 언제든 바닥을 헤맬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백28. 희한한 걸침이지만 좋은 상상력이다. 특수한 상황에 특수하게 적응하고 있다. 박영훈의 29도 날카로운 임기응변이다. 이 일합의 공방에서 신예 특유의 불꽃이 넘실거린다.

그러나 31에서 분위기가 바뀐다. 돌의 형태만 따진다면 '참고도1'의 흑1만한 요소가 없다. 그런데도 박영훈은 백2, 4의 이단젖힘이 너무도 싫어 31로 늘어 32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검토실의 찬반이 엇갈렸다.

39의 평도 묘하다. 이 수는 '참고도2'처럼 우변을 버리는 것이 돌의 기세라고 한다. 하지만 검토실에선 박영훈이 실리가 너무 아까워 버리지 않을 거라고 한다.

과연 박영훈은 39, 41의 우변을 살려낸다. 그러나 39는 어색한 행마.좋게 말하면 실전적인 한국류라고 할 수 있다.42의 요소를 달려나와 백이 전반적으로 잘 풀린 모습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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