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칼럼>회맛보다 낚는 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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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묘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이있다.절대로 죽은 생선이나 그물로 낚은 생선의 회는 먹지 않는다거나 아무리 아가미를 펄떡거리며 살아 있는 놈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어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다 .
어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당 3만~5만원하는 생선회를 먹는 사람들 가운데 좀 호사스런 사람 정도가 따지는 것이 자연산이냐,양식한 고기냐 정도다.그런데 그물로 잡은 고기나 자기가좋아하지 않는 어종은 먹지 않는다니,그게 무슨 뜻인가.대답은 간단하다.바로 그게 낚시다.
세계에서 생선맛을 가장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그물로 잡아올린 고기는 아무리 살아 있어도 고기가 그물에 걸리자마자 탈출하려고 애를 쓰느라 진과 기가 다 빠져 맛이 없다고 한다.그래서 일본에서는 낚시로 낚아낸 고기가 그물로 잡아올린 고기보다 몇배 높은 값을 받는다.
농어회를 먹는 사람들은 광어회 정도는 회로 쳐주지도 않으며,몸집이 작아 알량하기는 하지만 열기나 볼락회에 입맛이 붙은 사람들은 또 농어나 광어회 정도는 회로 쳐주지도 않는다.
실제로 지난 가을 충남 장항 앞바다에 가서 광어와 농어를 낚았으나 농어는 회를 치고 광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몇년전 초겨울 홍도에 가서 열기와 농어를 낚았는데 열기는 회를 치고 농어는 내버려둔 일이 있다.
그래서 바다낚시인들 사이에는 『낚자마자 회를 치면 만냥이고,죽은 다음에 먹으면 천냥이며,그물로 잡은 고기는 거저 줘도 먹지 않는다』는 말이 회자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오한 경지의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천냥,만냥을 줘도 회는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낚시만 하는사람들이다.회의 맛이 아무리 좋다 해도 「넣기만 하면 물고 늘어지는 고기를 낚아올리는 낚시 맛」에 비하면 아 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낚시전문가회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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