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밑반찬 효도' 한번 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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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뭘 할까?"

"응? 어디 좋은 데 데려가려고? 정말?"

봄기운이 살살 느껴지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참에 무척 반가운 말이었다. 얼른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답을 이었다.

"그러지 않아두 ~ 우, 설 지나고 나랑 오빠라 ~ 앙,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엉, 제대로 쉬지도 못했 지~ 잉. 날씨두~우 많이 풀려서~엉…. 어쩌고 저쩌고 쫑알쫑알."

원하는 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반짝이는 눈을 꼼꼼이에게 맞추고 있는데….

"밑반찬 한번 만들어 볼까?"

'우잉, 이게 무슨 ¢¿~≠≤√≡$ 소리람.' 너무나도 기대와 상반된 제안에 황당한 나머지 비속적인 단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갈 뻔했다. 어이없는 나의 표정을 본 꼼꼼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바로 파악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서둘러 수습에 들어갔다.

"우리가 결혼해서 지금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먹은 반찬이 거의 없었잖아. 다 장모님이 해주신 거만 공수해다 먹었잖아. 그러니깐 이번에 우리 먹을 반찬도 만들고, 장모님께도 가져다 드리자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처가 나들이도 하고. 응?"

'뜨아-, 저렇게 훌륭한 생각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가슴 뿌듯한 감동이 몰려왔다. 그런데 잠깐!!!. '과연 그가 진정 장모님을 위한 반찬을 만들자고는 건가, 아니면 너무나 안 해주니 나를 다독여 반찬을 하려는 음흉한 작업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에잇- 아무렴 어때. 그러잖아도 그동안 친정 엄마한테 이것저것 얻어다 먹기만 하고 입 싹 닦고 있어서 죄송스럽던 차에 잘 됐지 뭘.' 짧은 순간 머릿속이 컴퓨터처럼 빠르게 돌아가더니 평상심을 되찾았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친정집에만 갖다 드리면 어머님이 맘에 걸리는데. 어쩌지?"

"ㅋㅋ 그래? 그럼 이번은 처음이니까 우선 장모님께 내가 드리는 걸로 하고, 실력을 좀더 연마해서 다음번엔 앙실이 네가 어머님께 드리는 걸로 하면 어때? 좋은 생각이지?"

"그래? 좋아 << ;"

갑자기 친정 부모님께 가져다 드린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시험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머리를 맞댄 앙실이와 꼼꼼이가 결정한 밑반찬 메뉴는 마늘종 새우볶음.북어채 무침.호두 콩자반 등 세 가지. 전반적으로 중년(?)의 나이를 감안해 단백질과 부족하기 쉬운 영양성분에 초점을 맞췄는데 특히 마늘종 새우볶음은 칼슘이 풍부하고, 북어채 볶음은 입맛을 살살 돌게 하고, 호두 콩자반은 흰머리를 예방하는 효험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일단 마트로 가서 함께 재료를 고르며 장을 봐 왔다. 집에 돌아온 꼼꼼이가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밑반찬 조리작업 개시.

"먼저 마늘종 새우볶음! 자아-, 마늘종을 씻어서 5㎝길이로 자른다. 실시." 꼼꼼이 혼자서 흥얼흥얼 신바람이 났다. 옆에서 앙실이는 조신하게 북어채 무침에 도전. 양념장은 요리책에 나온 대로 비율을 맞춰서 준비해 놓고, 북어를 물에 불려서 살을 찢는데 생각보다 녀석이 잘 찢어지지 않았다. 손도 아프고…. 여하튼 각고의 노력 끝에 북어를 찢어 물기를 짜내 양념장을 묻히니, 맛있는 북어채 무침이 탄생했다. 마지막으로 검은콩을 삶아 간장 설탕물에 조리니 윤기가 잘잘 흐르는 콩자반이 만들어졌다. 세 가지 반찬을 따로 장만한 용기에 담아 예쁘게 포장을 하고 들뜬 친정나들이 길에 올랐다.

"엄마.아빠, 딸과 사위의 정성이 담겼으니 맛있게 드세요. 시어머니.시아버지, 죄송한데요~오. 쬐금만 더 기다리시면 더 좋은 선물(?)을 안겨 드릴게요."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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