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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sure] 아! 임진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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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발걸음은 참으로 빨라 어느새 우수(雨水.2월 19일)를 지났다.
얼었던 대동강이 우수를 넘기며 풀린다 하니 휴전선 너머 북녘에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겠지.
week&은 이번 주말 나들이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 자유로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북에서 흘러온 임진강과 남에서 발원한 한강이 얼싸안으며
서해로 접어드는 임진강 하구에서 북녘의 봄 냄새를 맡아보시길.

***코 앞의 북녘땅 '임진강변'

파주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임진강'과 '임진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파주에 대해 '실향민이나 제대를 앞둔 장병들이 찾아가는 안보 관광지'쯤으로 생각한다.

매년 설날이나 추석 때면 '임진각을 찾아 제사를 지내는 고령의 실향민' 모습이 지상파 방송을 타는 것도 이런 생각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파주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 됐으며, 많은 사람에게 '그들만의 그 곳'이 됐다. 과연 그러한가.

임진강변에서 북녘을 바라볼 수 있는 오두산 통일 전망대(www.jmd.co.kr)(031-945-3172). 자유로변에 있으며 신분증이 없어도,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갈 수 있다.

통일동산지구 내 주차장(주차비 2천원)에 차를 세우고 무료 셔틀버스를 탄다. 주차장에서 걸어서 오르면 1.2㎞, 20분 거리.

눈앞에 펼쳐지는 임진강. 3.2㎞의 강폭 건너편이 북한땅 관산반도다. 동에서 서로 한반도의 허리를 훑으며 흘러온 한강이 오두산 앞에서 임진강과 만난다. 강은 관산반도와 경기도 김포시 사이를 지나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남북의 두 강을 어루만지며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이 유일하다. 그래서 일몰 때면 전망대 직원들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퇴장을 늦추는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 입장료 2천원.

자유로를 따라 북으로 내쳐 달려 임진각(031-953-4744.주차비 2천원.입장료 무료)으로 간다. 자유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2002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의 도라산역과 민통선 이남의 임진강역을 연결하기 전까지는 임진강역이 경의선의 남측 최북단 역이었다. '달리고 싶다'던 철마가 예전 그 모습으로 서있다. 그래서 도라산역행 열차가 임진각을 통과할 때 저마다 한 번씩은 기차에 눈길을 준다.

2000년 이후 임진각에 새로 생긴 '자유의 다리'. 민통선 철조망을 북쪽으로 20m 정도 옮기고 나무다리를 놓아 일반에 개방했다. 원래 한국전쟁 직후 남북 포로 교환을 위해 놓았던 임시 다리를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다리 끝 철조망 위에는 국토 종단을 끝낸 학생들이 남겨놓은 태극기가 무심한 바람에 휘날린다. 통일의 소망을 담은 노란 리본도 매달려 있다. '가족을 찾습니다'. 남측의 삼부자가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철조망에 달아놓은 플라스틱 안내판. 안내판 한편에 적혀 있는 e-메일 주소가 더욱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온 마을이 예술품 '헤이리'

갈대늪을 지나는 목조다리 난간에 무수히 매달려 있는 풍경(風磬). 단순하고 솔직한 선(線)을 살린 건물들.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지구 내 '헤이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헤이리. 정식 이름은 '헤이리 아트밸리'(www.heyri.net)(031-946-8551)다 ('헤이리'는 파주 농요에서 따온 순 우리말이란다). 이따금 언론에 소개된 바 있지만 아직도 일반에는 낯설고 어렵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998년 문화예술계 인사 3백70여명이 15만평의 땅을 샀다. '예술인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황량한 벌판이었다. 그들은 그 땅 위에 도로를 어떤 모양으로 내고, 숲은 어떻게 가꾸고, 가로등은 어떤 디자인으로 할 것이며, 집은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등을 스스로 계획했다. 회원들이 선정한 20여명의 건축가에게 건축 계획을 위임했다.

그러니 헤이리는 계획도시다. 3백70여개의 건물이 들어선다. 건물은 곧 예술인이 사는 집이요, 작업장이며 동시에 전시관이다. 그러니 예술인들이 끼리끼리 모여 사는 '그들만의 마을'이 아니다. 그래서 헤이리의 설계 도면에 '담장'이란 애초부터 없다.

헤이리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그래서 다소 어수선하다. 하지만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 자체가 구경거리다. 집집마다 마을 차원의 건축 지침을 철저히 지켜 짓고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를 깔지 않고, 건물 주위에 담을 쌓지 않으며, 내부 치장을 최소화해 건축 마감재가 그대로 인테리어가 되게 한다는 것 등이 그런 것이다.

올해 중으로 모두 착공을 독려해 내후년 정도에 마을 전체의 모습을 완공한다고 한다. 현재 20여채의 건물이 완공됐다. 그 중 세 집이 마을밖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누구든 방문하는 것을 기꺼이 환영하는 집들이라는 얘기다. 헤이리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완공된 집들 중 다른 곳들은 3 ~ 4월 중 문을 연다고 한다.

북카페 반디(031-948-7952)=전직 언론인 이종욱(58)씨와 아내 현일숙(55)씨가 사는 집으로 목조 건물이다. 2층이 안채이고 1층을 북카페로 운영한다. 테이블은 달랑 다섯개. 책 3천여권을 진열해 놓았다. 차를 마시지 않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구경하고 갈 수 있는 집이라는 게 자랑이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031-946-9838.www.e-musictour.com)=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가 어른 5천원, 학생 4천원. 관람객에게 무료로 차를 대접한다. 사업가 이영진(44)씨가 유럽.인도.아메리카.동남아 등 60여개국에서 수집한 민속악기 4백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일부 악기는 직접 연주해볼 수도 있다.

레스토랑 겸 아트숍 '크레타'(031-948-6001)=조각가 김기호(42)씨 부부가 사는 집. 3층 건물로 1층은 작업장, 2층은 아트숍, 3층은 레스토랑으로 쓰고 있다. 헤이리에서 가장 저렴하고 발빠르게 지은 집이란 게 주인 내외의 '겸손한' 설명이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8천원짜리 돈가스.

파주=성시윤 기자<copipi@joongang.co.kr>
사진= 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여행 쪽지

알고 보면 파주는 역사동네이기도 하다. 도처에 역사 유적이 산재해 있다. 임진강변에도 유서 깊은 정자가 두개 있다. 정자 앞으로 철조망이 달리고 있다는 것이 타 지역의 정자와 다른 점이다.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의 화석정(花石亭.사진(上)). 정자로 가는 길목에 '토 미사일 추적 훈련장'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다소 살벌한 느낌이 있지만, 조선 중기 대학자 율곡 이이 선생이 제자들과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곳이다. 율곡 이이 선생 하면 강릉 오죽헌을 떠올리는데, 강릉은 선생이 태어난 외가가 있는 곳이며, 본가는 파주에 있었다. 임진강 전망은 파주에서 여기가 최고다. 화석정 아래로 임진강이 U자를 그리며 굽어 흐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진각 남쪽의 반구정(伴鷗亭.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고려말 조선 초의 청백리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머물던 곳이다. '갈매기와 벗삼아 놀던 정자'라는 뜻으로 현재 감사원 공무원들의 필수 답사 코스이기도 하다.

두 분은 파주시에 묻혔다. 황희 정승의 묘는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에, 그리고 율곡과 그 어머니 신사임당의 묘는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 자운서원(紫雲書院.031-958-1749)에 있다.

파주시의 맛집으로 추천할 만한 곳은 탄현면 낙하리의 '갈릴리 농원'(031-942-8400). 15년째 민물장어를 양식하는 집으로 단골들의 요청에 의해 3년 전부터 식당 영업을 겸하고 있다. 시설은 허름하나 장어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1㎏ 정도면 두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당 2만5천원. 대신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다. 밥은 나오지 않는다. 자유로에서 낙하리 이정표를 보고 빠져 금승네거리에서 좌회전해 달리면 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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